[광화문]불편한 휴가, 반가운 재회

배성민 기자
2025.08.01 04:15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19일 서울 용산구의 한 전자상가에 공실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5.5.1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며칠째 전국이 열대야라는 폭염 속에 여름휴가가 한창이다. 휴가 중 일이나 학업, 반복적인 생활 등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은 어린 시절 또는 몇년전 기억 속 장소로의 추억 여행이거나 새로운(또는 잊지 못했던) 곳, 먹거리와의 만남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변하듯 공간과 맛(또는 미각)도 달라진다. 몇 년전과 올해가 다르고 몇 달 전과 오늘이 또 다르다. 달라지는 것은 맛을 느끼거나 분위기를 즐기려는 사람들만이 아니다. 기억 속 식당은 문을 닫거나 새롭게 또는 전혀 알아볼 수 없게 단장했을지 모른다. 맛을 좌우하는 식당 사장님이나 주방장이 한해 두해 나이를 먹은 탓도 있을 테지만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 앱의 등장 등도 결정적 영향을 줬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온라인플랫폼 성장이 지역 자영업에 미치는 영향 및 대응방향' 보고서를 보면 지역 내 음식점업 매출에서 온라인 배달 비중이 10%포인트 오를 때 대규모-소규모 음식점 간 매출 성장률 격차는 비수도권에서 6.3%포인트 확대(수도권은 3.2%포인트)됐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그만큼 심화된 것이다. 모처럼의 휴가에 늦은 밤까지 깨어있어 이튿날 뒤척이느라 아침 겸 점심 식사에 배달앱을 이용했다면 이웃이 운영하는 조그만 식당은 알게 모르게 타격을 입은 것이다.

식사 뒤 가볍게 디저트 먹을 곳을 찾았다면 그곳은 서서히 힘들어졌거나 형편없이 쪼그라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국세통계포털에서 커피·음료점의 3년 평균 생존율이 53.2%에 그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2곳 중 1곳은 3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뜻이다.

옛 친구들과의 만남을 위해, 또는 학생인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대학가 주변을 찾았다면 더 놀랄 수도 있다. 곳곳에 붙은 '임대문의' 손팻말 때문이다. 지난 1분기 서울 충무로(동국대 인근) 주변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2.5%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이대쪽의 공실률도 13.8%, 성북구 성신여대 앞도 10.4%에 달했다. 유동인구가 많아 알짜배기 상권으로 꼽혔던 시청(19.8%), 광화문(14.8%), 동대문(14.5%), 이태원(14.4%), 명동(11.2%) 일대의 사정이 나쁜 것도 마찬가지였다. 휴가지가 몰려있는 강원도 내 상가.오피스 공실률은 23.8%에 달할 정도다. 쿠팡 등으로 상징되는 전자상거래 업체와의 무한경쟁은 오프라인 상점을 극한으로 내몰았다.

극한 무더위를 잠시 피해 영화관을 찾았다면 또다른 의미에서 꽤 많은 '반짝 관객'들과 마주칠지 모른다. 올 상반기까지 영화관은 그야말로 고사직전이었다. 6월까지 총 관객 수는 4200만 명대에 그쳐 팬데믹 시기(2020, 2021년)를 제외하면 21년 만에 최저치였다. 상반기 관객수 1위 영화 '야당'(338만 명)의 성적에서 알수 있듯 천만관객 영화는 언감생심. 보다못한 정부가 영화관 입장권 6000원 할인권 450만 장 발행이라는 초강력 대책을 내놓으면서 영화관도 반짝 특수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파급력이 갈수록 커져가는 상황에서 할인권 혜택 종료(9월2일) 이후 영화관의 미래는 더욱 점치기 어려워진다.

배달앱, 인터넷몰(전자상거래), OTT 등은 이전에는 '찾아가는 즐거움으로 여겨졌던' 불편함을 덜어내준 덕에 편리하기 이를데 없다. 하지만 편한 것에 길들다 보면 의존적이 된다. 허름한 단골식당이 사라지고 대학가 주점이 프랜차이즈로 바뀌고 영화관은 하나둘씩 문을 닫을지 모른다. 폭염에서의 노동을 강요받는 배달라이더와 음식점 사장(또는 이모님), 영화관의 알바생들, 영화제작 현장의 단역배우와 스태프들의 한숨도 깊어진다. 스마트폰을 반나절이라도 꺼두는 휴가나 주말을 보내면 어떨까. 불편한 휴식과 반가운 것들과의 재회는 의외로 가까이에 있다.

배성민 에디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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