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국가도 노후대비가 필요하다

정인지 기자
2025.10.20 04:3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2025 노인일자리 사업 신청이 시작된 2일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어르신 구직자가 비치된 PC를 이용하고 있다. 내년도 노인일자리사업 예산은 2조 1,847억원(정부안, 2024년 2조 262억원)으로 보건복지부는 초고령사회와 신노년세대 등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보다 6.8만 개를 확대한 109.8만 개가 제공된다. 2024.12.2/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길어야... 40년?"

10여년전 한 보험회사의 광고문구다. '유병장수' 시대에는 병이 있더라도 오래 사니 대비가 필요하는 게 골자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65세의 기대여명은 21.5년이다. 노인(65세)이 되고 나서도 약 20년을 더 살아간다는 얘기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조사한 개인의 노후 최소 생활비는 월 136만1000원, 적정 생활비는 월 192만1000원이다. 인생이 1년 연장될 때마다 연간 생활비만 약 2000만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장수에 대한 기쁨보다는 걱정을 앞서게 한다.

노인 증가는 국가 재정도 뒤흔든다. 국민연금·건강보험 재정 고갈, 기초연금 예산 급증은 '장수 리스크' 단골 손님이다. 국민연금은 내년부터 보험료(내는 돈)이 9%에서 13%로 단계적 인상되지만 2048년에 적자로 전환돼 2064년에는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건강보험료율은 7.19%로 10년 전 대비 약 1%포인트(P)가 오르지만, 내년에 적자로 돌아서 2033년 준비금이 소진될 것으로 우려된다. 기초연금 재정지출은 올해 26조원으로 2008년 대비 10배가 증가했고, 앞으로 2050년까지 6배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새정부가 계획 중인 은퇴 후 고소득자 국민연금 삭감 기준 완화, 간병비 급여화, 기초연금 부부 감액 단계적 폐지 등을 달성한다면 이 시기는 더욱 앞당겨질 수 있다.

불합리한 제도는 개선해야 하지만, 노인 복지를 마냥 확대만 하긴 어렵다. 보험료를 올리든, 국비를 추가 투입하든 후세대가 재정을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후세대도 인정할 만한, 국가가 꼭 제공해야 하는 노인 복지란 무엇인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노인 기준 70세로 상향, 정년 65세로 연장 등을 통해 '일하는 인구'를 늘리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미 인구의 20%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이상 관련 복지 재정이 커지는 흐름을 되돌리긴 어렵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전체 인구대비 65세 이상 고령인구은 20.3%, 75세 이상은 8.3%다. 고령으로 경제활동이 어려운 75세 이상 노인도 이미 10명 중 1명 꼴인 셈이다. 2038년부터는 65~74세보다 75세 이상 인구가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38년에 75세 이상 인구 예상 비중은 16.7%, 65세~75세는 16.1%다.

이를 의식한 듯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최근 연금 정책토론회에서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숨기지 말고 국민들께 공개하고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발언이 나오지만, 정책 제안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여전히 국고를 투입해 노후소득보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내부적으로 많은 탓이다.

확대된 복지 재정을 떠안은 국가의 노후는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노인과 청년이 함께 감당하고 함께 누릴 수 있는 지속가능한 제도를 고민해야 할 때다.

정인지 정책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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