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중국이 겨눈 산업의 모세혈관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2025.10.24 02:05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중국이 10월 들어 단행한 희토류 수출통제는 세계 산업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조치다. 핵심은 희토류가 0.1% 이상 포함된 제품은 군사용이든 민간용이든 중국 정부로부터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디스프로슘, 테르븀 등 7개 중희토류가 대상이며 전기차·스마트폰·풍력터빈·반도체장비 등 첨단산업 전반이 통제권에 들어왔다. 과거에는 중국 수출업체가 단순히 상무부에 신고서를 제출하면 됐지만 이제는 해외 제조사도 중국 승인망에 편입됐다. ASML, 테슬라 같은 글로벌 기업도 중국의 허가 없이는 생산이 어려워진 것이다.

중국은 '국가안보와 자원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상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에 대한 정교한 맞대응이다. 미국이 AI 칩과 장비의 '기술밸브'를 잠갔다면 중국은 희토류라는 '소재밸브'를 조인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단일 희토류 승인지연으로도 수천억 달러의 AI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희토류는 가전 등 완제품에선 미량이지만 중간재에선 상품가치의 0.1% 이상 차지하는 필수소재다. 항공기엔진, 구동모터, 노광장비 등 부품 하나만 막혀도 공정 전체가 멈추는 산업에서 희토류는 작지만 결정적인 '병목부품'이 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대중 희토류 수입 의존도는 70%에 달하며 네오디뮴·디스프로슘은 사실상 절대적이다. 전체 수입액은 적지만 자동차·전자 등 주력 제조업의 핵심공정에 들어간다. '작은 부품이 큰 산업을 멈춘다'는 말이 현실이 된 것이다. 미국은 동맹국들과 공동대응을 모색하며 중국의 자원무기화가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한다고 강하게 반발한다.

이제 대응의 틀을 '자원확보 경쟁'에서 '산업 생존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업과 정부가 협력해 해외 자원국과 장기계약을 하는 '핵심광물 공급망 협약'이 필요하다. 특정 국가의 통제에 흔들리지 않는 조달선을 확보하고 외교·산업·금융이 결합된 실질적 공급망 동맹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공공비축을 민관 공동구매형 펀드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정부·금융기관·대기업이 함께 자금을 조성해 가격 급등기에 대비한 선제적 매입을 수행하는 구조다. 일본은 이미 이런 모델로 안정적 공급망을 유지한다.

도시광산 순환체계 강화도 필수다. 폐배터리나 폐모터에서 희토류를 회수하는 재자원화 산업을 본격 육성해 '폐기물이 곧 자원'이 되는 순환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국제표준 및 '책임광물' 인증체계 구축에도 나서야 한다. 중국이 '수출허가제'를 무기화한다면 서방권은 ESG·원산지·노동기준을 충족한 광물에 국제인증을 도입해 맞서야 한다. 한국은 이 틀 속에서 투명성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뢰받는 공급망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우방국과의 핵심광물 협력체 연계도 모색해야 한다.

희토류는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전략자산'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자원확보 문제가 아니라 산업생태계 복원력의 시험대다. 공급선이 흔들려도 생산이 멈추지 않는 시스템, 스스로 회복하는 공급망이야말로 진정한 국가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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