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새로운 우주산업 중심지로 부상할까?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S&P글로벌 수석 애널리스트
2025.10.25 06:28

[High-Tech Powers]'배터리 전쟁' 저자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고정 칼럼
<25>유럽: 새로운 우주산업 제조 중심지?

위성 제조 산업이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기존의 위성 제조업체들은 높은 이윤율과 수년치에 달하는 수주 물량을 자주 언급한다. 정부와 민간 기업 모두 지구 관측 능력에서 더 큰 '자립'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주산업, 소형 위성 혁명에서 다음 단계로…기회 찾는 유럽

위성 산업은 처음에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단일 위성을 극소수의 부유하고 강력한 정부나 대기업만이 보유할 수 있던 시절에서 출발했다. 이후 ' 소형 위성(small satellite) 혁명'이라 불리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플래닛 랩스(Planet Labs) 같은 선구적 기업들이 작고 저렴한 저지구궤도(LEO) 위성을 통해 원격탐사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제 산업은 다음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개별 사용자들이 점점 더 지구 관측의 자율성을 확보하려 하는 단계다. 자신만의 맞춤형 소형 위성 네트워크를 직접 통제하려는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러한 직접 통제 욕구가 위성 제조 주문을 크게 늘리는 원동력이 되고 있으며, 유럽 제조업체들은 이를 새로운 성장 기회로 보고 있다.

유럽은 위성 제조 산업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그 시작은 1950년대 후반으로, 당시 서유럽 국가들이 미·소 간 우주 경쟁 속에서 자주적인 우주 접근 능력을 확보하려 했던 데서 비롯됐다.

초기에는 ELDO(유럽 발사체 개발기구)와 ESRO(유럽 우주연구기구) 같은 기관들을 중심으로 협력이 이루어졌다. 이 두 기관은 1975년 통합돼 오늘날의 ESA(유럽우주국)으로 거듭났다. ESA는 예산 규모가 훨씬 작고, 각국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협력체적 성격이 강해 NASA(미국 항공우주국)처럼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국가 우주기관'으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SA는 유럽의 우주 개발과 위성 산업에서 과거에도, 지금도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1965년 발사된 프랑스의 아스테릭스 위성은 유럽 최초의 자국 제작·발사 위성이었다. 이후 영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진행한 아리엘 프로젝트, 그리고 ESA의 HEOS 프로젝트 같은 국제 협력 사업이 이어졌다. 1970~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유럽 각국은 위성 통신과 지구 관측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워 나갔다. 프랑스의 아에로스파시알, 독일의 MBB, 영국의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 등이 핵심 기업으로 부상해 위성 제조뿐 아니라 범유럽적 우주산업의 기반을 다졌다.

1990~2000년대에는 산업이 재편되며 에어버스 디펜스 앤드 스페이스(옛 아스트리움)과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가 유럽의 대표 위성 제조업체로 자리 잡았다. 또한 ESA의 '아리안(Ariane)', '갈릴레오(Galileo)', '코페르니쿠스(Copernicus)', '메톱(MetOp)' 같은 프로그램이 기술 발전과 위성 제작 및 발사 역량의 자립을 촉진했다.

美에 뒤진 유럽…핀란드·리투아니아에서 선두 기업 '깜짝' 배출

유럽은 초기의 과학 위성과 통신 위성 개발 중심에서 벗어나, 점차 첨단 내비게이션·방위·상업용 위성군(constellation) 개발로 전환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초기 성과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소형 위성 혁명'의 첫 물결을 놓쳤다. 이 혁명은 유럽 밖에서 먼저 일어났다.

2010년 이후 미국의 플래닛 랩스와 로켓 랩(Rocket Lab) 같은 기업들은 벤처캐피털 투자와 강력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빠르게 생산 규모를 확대했다. 반면 유럽의 위성 관련 노력은 여전히 정부와 ESA가 주도하는 공공 자금 중심의 프로그램에 크게 의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유럽은 핀란드, 폴란드, 리투아니아처럼 예기치 못한 국가에서 세계적인 소형 위성 및 지구 관측 분야의 선두 기업들을 배출했다. 폴란드와 핀란드 합작 기업 아이스아이(ICEYE)는 지구 관측용 SAR(합성개구레이더, 구름이 끼거나 밤에도 지표면을 관측할 수 있는 레이더) 위성에 특화된 기업으로, SAR 기술의 여러 핵심 영역에서 세계적인 선도 기업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아이스아이는 현재 44기 이상의 위성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 규모의 상업용 SAR 위성군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날씨나 밤낮에 상관없이 지구상의 어떤 지점이든 하루에 여러 차례 관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경쟁사들과 뚜렷이 차별화되는 요소다. 이 회사는 핀란드 알토대학교의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현재는 기업 가치가 20억 달러(한화 약 2조8000억 원)에 이르는 비상장 민간 기업으로 성장했다.

비슷한 성공 스토리는 리투아니아에서도 반복됐다. 리투아니아는 혁신지수에서 핀란드보다 훨씬 낮은 순위를 기록하지만(132개 경제권 중 39위), 공산주의 체제 과거를 고려하면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니다. 비테니스 부자스는 카우나스 공과대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NASA 에임즈 연구센터에서 6개월간 인턴십을 하며 산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흥미롭게도 이 연구센터는 앞서 플래닛 랩스 창업자들에게도 결정적인 출발점이 되어준 곳이다.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보낸 몇 달은 부자스에게 자신의 위성을 직접 제작하고 발사하는 구상을 품게 만들었다. 그는 이 계획을 NASA 인턴십 지도자와 기자 친구에게 이야기했고, 그 내용이 리투아니아 언론에 실렸다. 놀랍게도 그 인터뷰는 리투아니아의 기업인·과학자·정치권 인사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눈덩이처럼 관심이 불어났다. 결국, 'NASA 인턴'이 리투아니아 최초의 소형 위성 프로그램 책임자로 변신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모든 어려움을 뚫고 프로젝트는 성공했고, 리투아니카SAT-1(LituanicaSAT-1)은 마침내 우주에 진입해 임무를 매끄럽게 완수했다.

이 경험은 젊은 리투아니아인에게 창업의 기초를 마련해 주었다. 그는 이후 나노아비오닉스(NanoAvionics)를 설립했고, 이 회사는 현재 소형 위성 제조 분야의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성장했다. 나노아비오닉스는 정부와 기업 고객을 위해 자체 개발한 위성 플랫폼을 기반으로 맞춤형 위성을 제작한다. 고객 요구에 따라 탑재 장비 구성을 조정해 다양한 임무에 대응할 수 있다. 또한 이 회사는 발사 준비부터 지상 관제까지 위성 운영 전 과정을 포괄적으로 지원한다. 특히 사용 편의성을 극대화해 스마트폰 앱 하나로 위성을 직접 제어할 수 있는 통합 운영 시스템을 제공한다.

佛 탈레스-伊 레오나르도 합작사 위성공장…유럽 위성산업 전환점 되나

현재 위성 산업의 판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경쟁의 장도 점점 더 전문화되고 있다. 여전히 이 역동적인 산업에서 혁신적 스타트업들이 도전할 기회는 많지만 점차 자본력이 큰 대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고, 초기의 최소기능제품(MVP) 대신 처음부터 완성도 높은 고급 제품을 내놓기 위해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최근 발표된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의 로마 인근 위성 공장이다. 이 회사는 프랑스의 탈레스와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두 항공·방산 대기업이 공동으로 설립한 합작사로, 이 프로젝트는 유럽 위성 제조 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을 상징한다.

'스페이스 스마트 팩토리'로 불리는 이 공장은 약 1억 유로(한화 약 1500억 원) 규모 투자가 이뤄지며 2025년 내에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곳은 연간 최대 100기의 위성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며, 민간 및 군사용 위성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ASI(이탈리아우주국)은 이 공장이 이탈리아의 LEO 위성군인 '아이리데(IRIDE, International Report for Innovative Defense of Earth)'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밝혔다. 아이리데 프로젝트는 이탈리아 우주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 중 하나로, 다양한 영상 기술을 갖춘 위성 개발을 포함한다.

여기에는 SAR 센서, 고·중해상도 광학 센서, 그리고 범파장대역(panchromatic)·다중분광(multispectral)·초분광(hyperspectral)·적외선센서 등 여러 주파수 대역의 감지 장치들이 포함된다. 이러한 다양한 센서 조합을 통해 아이리데 위성군은 폭넓은 관측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주요 목표는 빈발하는 홍수와 산불 등 재해에 대한 대응력과 회복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볼 때 이처럼 대규모 유럽 소형 위성 공장의 설립은 글로벌 민간 우주 산업의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다. 아울러 중국과 미국이 주도하는 빠른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유럽의 기술 역량을 높이려는 시도라 평가할 수 있다.

*이 칼럼에서 표현된 견해와 의견은 전적으로 필자 개인의 것이며 소속회사의 것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필자와는 Twitter에서 @LithiumResearch를 팔로우하거나 hitechcolumn@gmail.com으로 연락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