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마가'에서 '마스가'로

김화진 전 서울대학교 로스쿨 교수
2025.11.03 14:42

김화진 전 서울대학교 로스쿨 교수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는 1980년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대선 공식 캠페인 구호로 사용하면서 유명해졌다. 2016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활시켰는데 이제 공화당 진영을 상징하고 대표한다. 그런데 빌 클린턴 대통령도 규제철폐를 핵심으로 하는 "Make America Work Again"을 내세워 실리콘 밸리의 부흥을 이끌어 냈었다. 즉, 정치진영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트럼프 2기에 마가의 패러디로 마스가(MASGA)가 나왔다.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이다.

사실 현대사에서 미국 조선산업이 전체로서 '위대'했던 적은 없다. 군함과 잠수함 건조가 위대했을 뿐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1970년대에 상업용 선박 건조 분야에서 미국 조선산업의 글로벌 비중은 5퍼센트였는데 그 위치가 점진적으로 더 낮아져서 지금은 0.2퍼센트다. 미국 산업 전반에 비추어서 지나치게 작다. 한국, 중국, 일본 3국이 합해서 90퍼센트를 점유한다.

미국 조선산업의 그 상황을 바꾸어보겠다는 것이 MASGA 프로젝트다. 미국 혼자서는 안 되는 일이어서 파트너를 찾았고 중국이나 일본이 아닌 한국이다. 미국은 한국이 가진 조선 기술과 생산 능력을 미국 내에 이식해서 쇠퇴한 자국의 조선산업을 살리겠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는 일단 한국에도 좋은 기회다. 미국과의 제휴가 중국, 일본과의 경쟁에서 여러 가지 이점을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미국 내 상업용 선박 건조가 변곡점에 이르렀다는 시각이 있다.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다. 둘째, 미국 조선업계의 최대 고객인 미 해군의 함정 수요다. 미 해군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함정 건조예산을 12.5%씩 증가시켜 왔다. 최근의 30년 계획을 보면 2053년까지 모두 300척이 넘는 함정을 건조하도록 되어 있다. 셋째, 미국-영국-호주 군사동맹인 AUKUS의 핵추진잠수함 수요가 있다.

지금 미국 조선산업의 현황은 거의 참담한 수준이다. 기술인력 부족이 극심하고 조선소 운영방식도 첨단과는 거리가 멀다. 이 상태를 점진적으로, 자체 역량만으로 개선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외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가장 먼저 2024년에 한화그룹의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이 미국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Hanwha Philly Shipyard). 가격은 1억달러.

필리는 버지니아 소재 미국 최대의 군함건조사 뉴포트뉴스(HII), 샌디에이고의 제너럴다이내믹스 일렉트릭보트, 그리고 핀칸티에리에 이은 미국 4대 조선소다. 미국 연안의 항행은 미국 선박에만 허용한다는 존스법(Jones Act) 준수용 선박을 건조하는데 시장점유율이 약 50%다. 한화가 인수하기 전까지는 노르웨이의 아커(Aker) 소유였다.

필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유서 깊은 도시 필라델피아에 있다. 델라웨어강 하구 리그섬에 있다. '미 해군의 심장'으로 불리면서 한때 약 4만명이 군함을 건조했었다. 총 1200척이다. 전성기에는 사흘에 한 척을 건조했다고 한다. 군함뿐 아니라 LNG선, 쇄빙선도 건조했다. 냉전이 끝나면서 한때 문을 닫기도 했다. 1995년에 폐쇄되었다가 2005년에 아커가 인수하면서 조업이 재개되었다.

한화는 보도자료에서 북미 조선과 방산 시장에서 전략적 거점을 확보하고 글로벌 해양산업의 선도기업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하게 된 점을 강조했다. 미국 정부도 신속 승인을 통해 이 딜이 미국 조선업과 방산업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물론, 마스가가 한국에 도움만 되는 것은 아니다. 마스가에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다는 것 말고도 가장 큰 우려는 그렇지 않아도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산업 현장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이 미국으로 이전되고 인력도 일부 이동하게 되면 산업연구원이 소멸우려지역으로 본 울산과 거제도는 타격을 받을 것이다. 내국인 근로자들은 고령화하고 있고 그 공백을 메우는 외국인 근로자는 10년까지만 일할 수 있다. 숙련되면 떠난다. 현재 외국인 비중이 약 20% 내외라고 한다.

한화는 향후 약 50억달러를 필리에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독(dock)이 추가되면 연 20척까지를 건조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장애물도 있다. 잠수함과 군함 건조에는 막대한 투자 외에도 미국산 부품과 인력을 50% 이상 써야 한다. 가격과 인건비는 물론 국내보다 높다. 기술이 노출될 위험과 미국 기준의 환경규제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APEC 2025'에 즈음해서 필리가 핵추진잠수함(SSN)을 건조하는 것을 허용했는데 이는 일단 한화가 SSN 건조 기술을 얻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것 같다. 지금은 독 두 개에서 660톤 크레인이 작업하는데 SSN을 건조하게 된다면 대규모의 투자로 업그레이드가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이 '절친'인 호주에도 아직 핵연료 재처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는 유의해야 할 것이다. 한화의 성공을 기원한다. 마침 중국이 미국의 무역법 조사에 대한 보복으로 필리에 가했던 거래금지도 풀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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