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AI에이전트와 스테이블코인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이사
2025.11.28 02:05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이사

AI는 이제 인간을 보조하는 수단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자율적 주체로 진화하고 있다. 일정관리, 정보수집, 예약, 계약체결, 시스템 연동까지 AI 에이전트는 사람의 개입 없이도 업무를 수행하며 독립적인 경제행위자로 자리를 잡아간다. 이 흐름이 본격화할수록 하나의 질문이 더욱 본질적으로 다가온다. AI는 어떤 방식으로 결제하고 어떻게 대가를 지불하며 스스로 재정을 운용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다.

기존 금융시스템은 인간을 중심에 두고 설계됐다. 계좌개설에는 신원확인이 필수고 결제는 금융기관의 승인절차와 영업시간에 종속된다. 국가별 규제체계 역시 상이해 국경간 거래에는 추가적인 장벽이 존재한다. 그러나 AI 에이전트는 이러한 제약과 무관하게 24시간 실시간으로 작동한다. API 호출비용은 초단위로 정산돼야 하고 데이터와 클라우드 자원 사용료 역시 즉시 지급돼야 한다. 초고속·고빈도·초소액 거래가 일상화한 AI 환경에서 전통적 금융인프라는 시간적, 구조적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 간극을 메우는 핵심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이 부상하고 있다. 법정화폐와 연동된 가치 안정성은 예측가능한 회계단위를 제공하고 블록체인의 자동 정산구조는 승인과 결제를 실시간에 가깝게 처리할 수 있게 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러한 구조가 실험단계를 넘어 구현단계에 진입했다. 코인베이스가 제안한 x402 프로토콜은 HTTP 상태코드 402를 결제신호로 활용해 AI가 API 호출시 스테이블코인으로 자동결제한 뒤 요청을 재개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USDC 발행사 서클 역시 기업용 프로그래머블 지갑과 API를 통해 AI가 데이터와 클라우드 비용을 스스로 지불하는 사례를 공개했다.

한국도 AI 경쟁의 전면에 진입했다. GPU 확보와 대규모 투자, 정책적 지원이 이어지지만 AI가 진정한 경제주체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이에 부합하는 디지털결제 인프라가 병행돼야 한다. 특히 AI스타트업과 데이터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환경에서는 실시간 정산과 자동결제가 가능한 구조가 경쟁력의 핵심요소로 작용한다.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 모델을 선제적으로 구축한다면 AI 데이터 시장과 API 기반 경제가 확산하는 과정에서 국내 기업은 기술 경쟁력과 함께 제도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AI산업의 비용구조 또한 변화시킨다. 사용량 기반 과금, 스마트 계약을 통한 자동정산, 중개비용 최소화는 가격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 진입장벽을 낮춘다. 이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도 글로벌 AI 생태계 참여의 문을 열어준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역량과 제도적 준비가 함께 작동할 때 완성된다. 반도체가 AI의 연산능력을 담당하는 두뇌라면 스테이블코인은 그 에너지를 순환시키는 금융혈관이다. 디지털머니에 대한 전략적 접근은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며 이는 미래 경제질서를 선도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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