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행 체제 장기화, 경찰 정상화는 언제

오문영 기자
2026.02.20 05:45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경찰청 제공

'아드 폰테스'(Ad Fontes)라는 라틴어가 있다.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로, 16세기 종교개혁가들이 중세 교회의 타락을 비판하며 외쳤던 구호다. 당시 유럽은 동로마제국 멸망이라는 충격을 겪고 흑사병이 반복적으로 창궐하며 큰 혼란에 빠져 있었다. 여기에 교회도 분열돼 교황이 난립한 총체적 위기 시대였다.

그 위기의 구호가 작금의 경찰에서 나온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12일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 오로지 국민을 기준으로 업무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이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기본이라는 원칙을 꺼내든 그의 말에서 조직을 둘러싼 위기의식이 읽혔다. 경찰은 불법 계엄이 발생한 2024년 12월3일 이후 현재까지 사실상 비상 체제에 놓여있다. 조지호 전 청장이 계엄에 연루돼 탄핵소추됐고, 계엄이후 2명의 경찰청 차장이 1년 넘게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가 조 전 정창에 대한 파면을 결정하며 경찰청장이 공식적으로 궐위 상태가 됐지만 후임 인선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신임 청장이 임명되고 조직 정상화 작업이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청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조직 전반적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라고 했다.

지금 경찰은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라는 사법제도 변화를 앞두고 여러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전환기에 서 있다. 자치경찰제 정착과 인공지능(AI) 도입 등 굵직한 현안도 산적하다. 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선거사범 수사도 경찰 몫이다.

청장의 부재가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다. 경찰청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는 자리로 정책 결정과 공권력 행사에 대한 민주적 정당성과 제도적 책임성을 부여받는다. 반면에 직무대행은 정책 추진과 조직 운영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통상 직무대행 체제에서는 현상 유지에 방점이 찍힌다.

이달 초만 해도 경찰 안팎에서는 "그래도 설 전에는 청장 인선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오갔다. 그러나 설 연휴는 속절없이 지나갔다. 한 경찰관은 "이제는 올해 내내 대행 체제로 가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며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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