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재연된 블랙스완, 그 효과를 경계해야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2026.03.10 04:00

2019년 9월 14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원유 정제시설이 드론과 크루즈 미사일 공격을 받아 불탔다. 이란이 배후에서 지원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아브카이크에 위치한 세계 최대 정유 안정화 시설과 쿠라이스 유전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갑작스럽게 주말에 가해진 도발적 공격으로 하루 570만 배럴의 석유 생산·처리가 중단되었다.

월요일 시장이 열리자 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55 달러에서 63 달러로 15% 뛰었다. 북해산 브렌트유의 국제가격도 17% 급등했다.

하지만 이후 국제유가는 빠르게 안정되었다. 2주가 지나지 않아 유가는 정유시설 공격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블랙스완' 급 이벤트에 해당하는 충격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의 원유 증산으로 아람코의 석유 비축량이 충분했고 피해 시설 복구도 빠르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1990년 8월 2일 중동 패권을 꿈꾸던 사담 후세인의 지시로 이라크 군이 쿠웨이트를 전격 침공하는 '블랙스완' 급 전쟁이 발발했다. 이란과의 8년 전쟁 수행 당시 이라크가 쿠웨이트에 진 거액의 빚에 대한 탕감을 쿠웨이트가 거부하자 아예 강압적으로 병합하려 시도했다.

그해 7월까지 국제유가는 공급 우위의 영향으로 배럴당 20 달러 안팎의 낮은 수준에서 형성되었다. 그러나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당일 WTI 원유가격은 배럴당 28 달러까지 30% 가까이 수직 상승했다. 쿠웨이트산 원유 공급 감소에 대한 우려가 석유시장을 강타했다.

이라크 침공 후 보름이 지나는 기간 유가는 상승세를 지속했다. 8월 24일 WTI 유가는 침공 전보다 거의 두 배 높아진 배럴당 35 달러로 올랐다. 사담 후세인이 내친 김에 당시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까지 손에 넣으려 전선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었다.

중동의 대표적 친미 국가 쿠웨이트의 몰락을 수수방관할 수 없었던 슈퍼파워 미국이 사우디에 군대를 증파하기 시작한 것도 유가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가시화하자 국제유가는 1991년 초까지 배럴당 30 달러선 위에서 형성되었다.

역설적이게도 미국이 1월 중순 걸프전쟁을 개시하자 WTI 유가는 수일 안에 배럴당 20 달러로 폭락했다. 미군의 압도적 화력으로 전쟁이 조기 종료할 것으로 전망되었기 때문이다. 쿠웨이트 침공 블랙스완은 전쟁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그 영향이 빠르게 소멸했다.

지난 2월 말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WTI 국제유가가 일주일 만에 배럴당 65 달러에서 90 달러 위로 급등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후티 반군의 활동 재개로 홍해와 수에즈 운해를 통한 원유의 수송도 막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중동 사태를 4~6주 안에 끝내겠다며 신속한 수습을 장담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그랬듯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충돌이 장기화된다면, 이번 블랙스완은 과거 걸프전이나 아람코 사태 때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중동산 원유의 공급 재개가 늦어질수록 원유·가스 가격의 고공행진은 지속되고, 전세계는 '고물가·저성장'의 이중 압력, 즉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 시장과 정책당국 모두 블랙스완 이벤트 효과를 경계할 때다.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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