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ETF, 6000랠리 기회를 놓친 이유

김은령 기자
2026.03.20 05:30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이달부터 국내 주식형 ETF(상장지수펀드)가 쏟아져나올 거예요. 올해 들어 2개월 동안 못 내놓고 쌓여 있는 상품이 많거든요."

국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들은 상품준비를 모두 마쳤지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상장심사를 하는 감독기관의 인사가 진행되면서 실무절차가 늦어졌다"며 올해 ETF 신규 상장이 부진한 이유를 설명했다.

순자산 400조원에 육박하며 명실상부 국민 재테크 수단이 된 ETF지만 올 들어 지난달까지 신규 상장이 급감했다. 지난해 11월, 12월 각각 15개, 16개의 상장이 이뤄졌지만 지난달 상장한 상품 수는 6개에 그쳤다. 1월에도 10개 ETF만 새로 상장했다.

예년에도 인사철인 1월에 상장심사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코스피지수가 5000에서 6000선까지 오른 역대급 랠리를 놓친 셈이어서 ETF 운용사들의 아쉬움이 컸다. 시장흐름이나 투자자 수요에 따라 새롭고 다양한 상품이 출시돼야 함에도 상장심사를 담당하는 인력이 부족하고 절차가 길어지면서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많다는 토로다.

실제 지난 10일 상장한 코스닥액티브ETF 2종엔 약 1조5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는 등 투자자가 몰렸다. 지난 17일 상장한 'SOL AI반도체TOP2플러스'도 상장 후 이틀 연속 개인투자자 순매수 1위를 기록했다. 국내 주식형 ETF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높다는 방증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시장수요가 높을 때 상장을 해야 하는데 타이밍을 놓치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상장문제 외에도 규제나 제도가 빠르게 규모를 키우는 ETF의 성장속도를 따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TF 순자산은 지난 17일 기준 386조원으로 올해 초 300조원을 돌파한 지 3개월여 만에 90조원 가까이 늘었다. 상품도 1080개로 늘었다.

대표적인 제도적 한계로는 액티브 운용규제나 가상자산 현물ETF, 단일종목 레버리지, 3배 레버리지상품 제한 등이 꼽힌다. 그동안 국내 액티브ETF는 기초지수와 상관계수 0.7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규제로 운용전략에 제약을 받았다. 3배 레버리지, 단일종목 레버리지도 허용되지 않아 미국 등 해외에 상장된 관련 상품들이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종목이 됐다.

다행히 정부가 액티브ETF 운용규제를 완화해 완전 액티브ETF와 단일종목 레버리지ETF 등을 허용키로 하고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가상자산ETF 역시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미 많은 투자자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ETF는 개별 종목보다 분산투자 효과로 안정성이 높고 펀드상품보다 거래가 편리해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상품인 만큼 꼼꼼하고 세밀한 관리로 소비자들을 보호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글로벌 시장에 뒤처지지 않도록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지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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