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고유가, 고환율 위기가 고조된다. 모든 조건은 물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정리되고 있다.
모든 일은 예측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이란 민중들의 시위를 지켜본 미국은 수뇌부만 제거하면 민중들이 봉기를 일으켜 정권을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판단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심각한 오판이었다.
내부를 통제하고 지배하는 이란혁명수비대는 생각보다 견고했다. 미국의 공격에 강경파들을 중심으로 뭉치면서 정권 교체를 바라던 대다수 목소리는 오히려 전쟁의 포화 속에 묻히고 말았다.
더욱이 이란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틀어쥐고 걸프만 인근의 원유 생산지를 공격하고 겁박하면서 전세계 원유 시장을 쥐락 펴락하기 시작했다. 전쟁으로 인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눈앞에 펼쳐진 셈이다.
당초 예상보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전쟁의 후폭풍은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뛰어 넘었고, 원/달러 환율은 마지노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이제 시장에선 유가 150달러 전망은 물론 이 보다 더 급등하는 시나리오까지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의 수송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4월 둘째주까지 유가가 150달러에 도달한 뒤 향후 몇 주 내로 165달러, 심지어 180달러까지 단계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전쟁 초반 견조한 흐름을 보이던 미국의 뉴욕 증시도 최근 나스닥 지수가 조정장에 진입하는 등 뒤늦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코스피 지수를 비롯한 한국 증시의 롤러코스터 장세 등 변동성 확대는 말할 것도 없다.
유가는 물가의 근원이다. 이에 더해 원/달러 환율 마저 폭등하면서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이에 퍼즐은 금리가 인상되는 방향으로 맞춰진다. 블룸버그는 유가가 배럴당 108달러 이상,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진입할 경우 한국은행이 3분기부터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가운데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로 선임됐다.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를 누구 보다 앞서 예측했고, 국제 경제 전반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을 보여왔다.
2010년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당시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을 맡고 있던 신 후보자의 활약상은 대단했다.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출입하는 기자로서 G20 정상회의 준비 과정을 가까운 곳에서 취재를 하는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단연코 신 후보자는 글로벌 경제 및 자본 흐름에 대한 식견을 바탕으로 한국을 글로벌 경제리더십 반열로 끌어올리는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신 후보자의 성향상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훌쩍 뛰어넘고, 물가 압력이 가중되는 상황이라면 금리 인상을 주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 후보자는 지난 2022년 하반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가가 치솟을 당시 "과잉 대응하는 것이 소극 대응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과거 "환율이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를 보이면 정부는 언제든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2.5%로 미국은 3.5~3.75%보다 1%포인트 낮다. 이같은 기준금리 격차가 이미 환율의 비정상적 급등 등 경제에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금리 인상은 경제 전반의 고통을 수반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경제 안정성을 뒤흔드는 근본적인 위험이다. 인플레이션이 경제에 미치는 해악은 금리 인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 경제학계의 정설이다. 전쟁 후폭풍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면 금리 인상은 일부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감내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도 금리 인상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