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광로'가 일으켜세운 'K산업' 다시 위대하게[광화문]

최석환 산업1부장
2026.04.01 05:50

"이 나라를 위대하게 만든 영웅들."

지난해 무역의 날을 앞둔 12월4일에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된 90여명의 산업역군들을 향해 이재명 대통령이 존경을 담아 치하한 말이다. '대한민국을 만든 손, 그 손을 맞잡다'로 이름 붙인 이날 행사에서 이 대통령은 "지금의 민주주의든, 문화 역량이든 다 경제력에서 나오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엄청난 과학기술·제조·산업 역량은 우리가 가진 힘 그 자체"라며 "참으로 놀라운 성과를 만든 그 중심에 위대한 산업역군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산업 역군 초청 오찬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무역의 날을 맞아 조선, 자동차, 섬유, 전자, 기계, 방산, 해운 등에서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헌신해 온 산업 역군들을 재조명하고 그들의 노고에 대한 감사를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2025.12.04. photocdj@newsis.com /사진=최동준

특히 이 자리에서 주목받은 참석자가 이영직씨다. 그는 1973년 6월9일 포스코(옛 포항제철) 제1고로(용광로)에서 처음으로 쇳물(용선)이 쏟아질 당시 현장을 지켰던 창립요원이다. 1968년 입사한 뒤 포항제철소 건설 과정에 참여하면서 'K-스틸(철강산업)'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실제로 첫 고로 준공 이후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을 자급할 수 있게 된 우리나라는 포스코가 생산한 쉿물을 바탕으로 조선·자동차·가전 등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내며 제조업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오늘날 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가 불투명했던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우리측이 히든 카드로 내민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다. 취임 일성으로 제조업 부흥을 전면에 내건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장에선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고, 마스가 프로젝트를 지렛대로 삼은 우리 협상팀은 결국 합의안 마련에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2차 세계대전 때 하루 한 개의 선박을 건조했지만 (현재) 미국의 조선소는 황폐하다"고 지적한 뒤 "한국이 와서 우리와 함께 (미국 조선업을) 재건하길 바란다"며 '마스가 프로젝트'에 마음이 움직였단 점을 직접 고백(?)하기도 했다.

사실 미국 제조업의 붕괴 조짐은 연간 국가별 1인당 철강 소비량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세계철강협회(worldsteel)가 집계한 이 수치는 그 나라의 자동차·조선 등 제조업이 얼마나 잘 돌아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소비량의 하락은 곧 제조업의 위축을 의미한다. 미국의 경우 2014년 336kg에서 2024년 261kg으로 약 22%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일본이 21%(528kg→419kg) 줄어든 것과 비슷하지만, 1% 감소한 유럽연합(EU)(294kg→291kg)이나 오히려 18% 증가한 중국(508kg→601kg)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뚜렷하다. 전체 국가 중 절대적인 규모면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일본 수준은 아니지만 2014년 1097kg에서 2024년 924kg으로 16%나 줄었다.

이같이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제조업 경쟁력을 뒷받침해온 철강산업이 최근 들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녹록치 않다. 중국의 질적 고도화와 글로벌 보호무역의 이중고 등으로 안방은 중국산에 내주고, 밖으론 수출길이 막히는 사면초가의 형국이라서다. 2007년부터 이어왔던 연간 국내 철강수요 5000만톤 체제가 2024년에 무너지고, 지난해엔 23년만에 역대 최저치(4360만톤)로 떨어진게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오죽하면 경쟁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 노동조합이 지난 19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철강산업의 생존을 위한 범국가적 차원의 정책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을까.

그나마 국회가 철강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는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 특별법)'을 통과시킨 건 다행이다. 구체적으로 '수소환원제철(HyREX) 등 탄소중립 기술 전환에 대한 정책 금융 및 세제 혜택 제공'과 '인허가 간소화가 적용되는 녹색철강특구 지정', '저탄소 제품에 대한 공공조달 우대 제도' 등의 지원책이 담긴 만큼 정부의 과감하고 신속한 이행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를 바탕으로 한 'K-스틸'의 재도약을 통해 'K-산업'의 미래를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데 '노사정'이 총력을 모아야 할 때다. 무역 장벽과 탄소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중대한 변곡점이 될 올해, 위기를 기회를 바꾸는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