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K콘텐츠와 넷플릭스의 기이한 간극

우정권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
2026.04.06 02:00

2026년 3월 21일 오후 8시 광화문에 있었던 BTS 컴백 공연은 앨범 제목 '아리랑'이 의미하듯이, 한국 문화의 얼이 담긴 노래를 전 세계 수 억명에게 전파하였다. 이 공연은 단순한 K팝 콘서트를 넘어, 문화의 힘으로 G2 국가의 가능성을 보여준 감동적인 무대였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조용하고, 가장 큰 이익을 거둔 주체는 바로 독점 생중계권을 확보해 전 세계에 공연을 송출한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이 공연 한 편으로 77개국에서 스트리밍 톱10 1위를 기록하면서 광고 수익, 신규 구독자 유입,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막대한 이득을 거두었다.

넷플릭스코리아는 2024년에 매출 8996억 원에 영업이익 173억 원을 기록했는데, 납부한 법인세는 매출액의 0.2~0.5%에 불과하다. 반면 같은 해 넷플릭스 본사의 영업이익률은 21%에 달했다고 한다. 이 기이한 간극은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발생한 매출의 대부분을 본사 수수료 명목으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국내 과세 대상 소득을 최소화하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현재 한국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가 큰 흑자를 내고 있다. 극장 관객이 현격히 줄어들면서 영화 소비 역시 넷플릭스 중심의 OTT로 빠르게 집중되고 있다. 넷플릭스가 K-콘텐츠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거두는 동안, 국내 콘텐츠 생태계에 대한 기여는 극히 제한적이다.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면서 제작비가 폭등하고, 주연 배우와 스타 작가만 과도한 수익을 챙겨가는 기형적 시장 구조가 형성됐다는 지적이 제작업계에서 나온다. 또한 핵심 자산인 IP를 넷플릭스가 독점하여 제작사는 재방영권, 부가사업(굿즈 등)을 통한 장기적, 추가적 수익 창출 기회를 잃고 있다.

이처럼 해외 플랫폼이 자국 콘텐츠 생태계를 잠식하고, 그 나라의 문화자원으로 얻은 이익을 그 나라의 문화생태계에 충분히 환원되지 않는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이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소위 '넷플릭스세'라고 하여 제도로 해결하고 있다. 프랑스는 구독 수익의 2%를 부담금으로 부과하고, 스페인은 5% 부담금 납부 또는 동등한 투자 의무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다. 이탈리아 역시 순 매출의 20%를 유럽 작품에 직접 투자하도록 의무화하였다. 그 밖에 EU 17개 회원국이 유사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제는 콘텐츠를 단순한 문화상품이 아니라 국가 전략 자산으로 바라봐야 할 시점이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 내에서 발생한 매출의 일정 비율을 'K-콘텐츠 발전 기금'으로 환원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현재 영화관 관람료에 부과하고 있는 '영화발전기금'처럼, 디지털 플랫폼 매출에도 동일한 원칙을 적용해 K-콘텐츠 생태계를 지원하는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이뤄지는 공연에 대한 독점 중계권을 원한다면, 계약 안에 중계 수익의 일정 비율을 'K-콘텐츠 발전 기금'으로 환수하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 이것을 의무화하는 법을 제정하여 플랫폼 수익의 일부가 K-콘텐츠 생태계에 돌아오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이와 함께 반드시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가 있다. 바로 공연 인프라다. BTS 수준의 세계적 아티스트가 공연할 수 있는 3만~5만 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아레나가 서울과 그 인근 교통권 내에 없다는 점은 이미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온 문제다. 따라서 넷플릭스세로 거둬들인 K-콘텐츠 발전 기금을 공연장과 같은 핵심 인프라 구축에도 전략적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 그 재원을 아레나 건설에 투입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플랫폼이 한국문화로 수익을 올리고, 그 상당부분 수익이 다시 한국의 공연장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K-콘텐츠 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것은 아티스트들의 땀과 노력 덕분이었다. 그런데 그 수익을 해외 플랫폼이 대부분 거둬가는 불합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해 정부는 과연 무엇을 했는가. 이제 정부는 두 가지를 실천해야 한다. 넷플릭스세로 기금을 조성하고, 그 기금으로 아레나를 짓는 것이다. 콘텐츠 산업이 제작과 유통, 공연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산업이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정부는 이를 조속히 정책으로 실행해야 한다.

우정권 K-컬처콘텐츠산업협회 이사장·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

우정권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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