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금융의 본질은 에너지 리스크 관리[투데이窓/임진]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전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원장
2026.06.01 04:03

금융으로 에너지구조 전환 뒷받침
산업경쟁력 유지.강화서도 역할
저탄소.고효율 구조 전환.유도해야

최근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로 고조된 중동 지역의 긴장은 다시 한 번 에너지가 단순한 생산요소가 아니라 경제안보의 핵심 변수임을 보여주고 있다. 국제유가와 가스 가격이 흔들리면 기업의 생산비가 상승하며 무역수지와 금융시장도 영향을 받는다. 에너지 가격 충격은 가계의 난방비와 주유비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산업의 생산비용 구조, 나아가 경제 전체의 안정성과 직결된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에너지 충격에 특히 취약한 경제다. 에너지 공급의 해외 의존도와 제조업 비중이 모두 높기 때문이다. 철강·석유화학·반도체·자동차·조선 등 한국의 주력 산업은 합리적인 비용의 안정적 에너지 공급 위에서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이들 산업에서 에너지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에너지 문제는 기후환경정책을 넘어 산업정책과 거시경제정책 차원에서 함께 다루어져야 한다.

앞으로 에너지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의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전기차 보급과 산업공정의 전기화, 냉난방 수요 증가까지 더해지면 경제 전반의 전력 의존도는 크게 높아질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전력수요가 2020년부터 2050년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못지 않는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이렇게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석유와 가스에 계속 의존해 충당한다면, 우리 경제는 국제유가 변동과 지정학적 충격에 더 깊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에너지 안보가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충분히 확보하는 문제를 넘어, 어떤 에너지를 어떤 조합으로 공급할 것인가의 문제로 확장되어야 하는 이유다. 결국 에너지 안보의 중심은 안정적 공급 확보에서 에너지 믹스의 재설계로 이동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전환이 구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원전, 재생에너지, 수소, 저장장치, 송배전망, 산업단지 에너지 효율화는 모두 장기적 투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에는 전력망과 계통 안정화가, 무탄소 전원 확보에는 설비투자와 운영체계 정비가, 산업부문의 에너지 절감에는 노후 설비 교체와 공정·연료 전환이 뒤따라야 한다. 에너지 믹스를 바꾼다는 것은 결국 산업과 인프라 전반의 투자 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필요한 투자의 상당 부분이 이미 녹색인 부문이 아니라 아직 고탄소인 부문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친환경 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 경제의 실제 에너지 리스크를 줄이려면 철강·석유화학·시멘트·정유 등 에너지·탄소 집약 업종과 산업단지의 에너지 인프라를 함께 바꾸어야 한다. 이들이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쓰고,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며, 점진적으로 저탄소 공정과 저탄소 연료로 이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 경제의 에너지 취약성을 줄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 전환을 금융 측면에서 뒷받침하는 수단이 전환금융이다. 전환금융은 이미 친환경적인 사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녹색금융과 다르다. 아직 고탄소 구조에 머물러 있지만 저탄소 전환이 요구되는 기업에 대해 과학기반 감축목표와 전환경로 수립, 공시와 외부검증 등을 조건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이다. 다시 말해 전환금융은 고탄소 산업에 대한 단순한 자금공급이 아니라, 이들이 저탄소·고효율 구조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그 이행을 점검하는 목표연계 금융이다.

앞으로도 원유와 가스의 수급 불안은 에너지 위기의 중요한 원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 리스크는 화석연료의 공급 차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력 수요 증가, 송배전망 병목, 탄소규제 강화, 산업공정 전환 지연 등도 우리 경제의 비용 구조와 산업경쟁력을 흔드는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전환금융은 우리 경제의 에너지 안보와 산업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금융전략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전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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