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파산 수순을 밟던 홈플러스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보증을 바탕으로 메리츠금융으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을 확보했다. 법원이 21일 홈플러스 회생절차폐지를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가결기간 연장해 홈플러스는 회생절차를 이어가게 됐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생각해볼 문제는 적지 않다. 우선 홈플러스 사태를 '메리츠도 문제, MBK도 문제'라는 식으로 바라보는 시각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만약 MBK의 홈플러스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면 어땠을까. 투자에 성공했다면 그 과실은 운용사와 투자자가 대부분 가져갔을 것이다. 그러나 경영이 실패하자 그 부담이 임직원과 협력업체, 채권 금융사까지 번졌다. 성과는 사적으로 귀속되고 손실은 사회가 함께 떠안는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의 대표적인 사례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자금 지원 과정에서 메리츠금융의 MBK를 향한 책임 있는 참여 요구도 이러한 제한적 책임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홈플러스 사태를 통해 사모펀드(PEF)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고민하게 한다. 사모펀드가 단순히 기업을 싸게 사들여 비싸게 되파는 '기업사냥꾼'에 머문다면 이 같은 논란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상황이 악화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홈플러스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커머스가 급성장한 2021년부터 매년 적자였다. 그 과정에서 MBK가 홈플러스의 기업 경쟁력 제고보다 자산 매각과 투자금 회수에 무게를 둬 왔다는 비판은 계속됐다.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10여 년간 유통 환경은 이커머스 중심으로 급변했지만 홈플러스는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대신 알짜 점포를 매각하고 점포 자산을 활용한 리츠(REITs) 상장을 추진하는 등 부동산 가치 실현에 집중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투자보다 보유 자산 현금화에 더 큰 관심을 기울였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최근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 MBK와 비교되며 자주 거론되고 있다. 베인캐피탈은 2018년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부를 인수한 뒤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해 일본 대표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를 키웠고, 투자금 회수는 물론 이 과정에서 600여명의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해 기업 성장의 과실까지 함께 나눴다. 사모펀드가 기업가치를 높이면서 동시에 투자 수익까지 거둔 모범 사례라는 것이다.
독자들의 PICK!
물론 MBK에도 기업가치를 키워 성공한 투자가 있고, 베인캐피탈 역시 모든 투자가 모범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결국 어느 운용사냐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높였느냐가 중요하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자본과 자산 현금화에 치중한 자본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어떤 자본이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지는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