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빚을 내 투자수익을 극대화하는 투자기법)는 투자자도 도박처럼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몇 해 전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허용되지 않는 가상자산 레버리지 선물(futures) 거래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코인 투자자를 처벌하자는 게 아니라, 무리한 차입이 대량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레버리지 거래 자체를 걱정한다는 취지로 들렸다.
당시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주식 파생상품 등 레버리지 거래가 도파민(쾌감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가 아는 의사도 중독처럼 레버리지 투자에서 손을 못 떼다가 10억원을 날렸다"고 전했다.
레버리지 거래의 잠재적 위험과 관련한 대화들이 다시 떠오른 것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가 증시 변동성과 코스피 약세장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두 종목 레버리지 ETF는 상장 12거래일(5월27일~6월12일) 만에 시가총액이 9조6000억원으로 두 배이상 불어날 만큼 시중 자금이 쏠렸다. 원래는 금융당국이 해외시장으로 향한 주식 투자자금을 국내에 환류시키겠다며 도입했던 상품이다.
그런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어떻게든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반성하고 있다. 후회가 많이 된다"고 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증시 변동성 원인이란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이쯤되면 레버리지 상품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관측할 때마다 당국에서 나오는 발언이 달라져서다. 투자자가 중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이었다가, 환율 대책이었다가, 변동성을 유발하는 폭탄이 됐다. 레버리지 자체보다 레버리지에 대한 규제 기관의 입장이 오락가락하는 당국의 태도가 더 불안하다.
시장 우려대로 국내 증시에 레버리지발 변동성 도박판이 열린 게 사실이라면 판돈을 내고 참여한 개인만 탓할 수 없다. 상품 출시를 허용한 책임 소재를 밝히고, 그 경위를 투명하게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