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4만원짜리 24회권' 도수치료의 함정

정심교 기자
2026.06.09 05:24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1회당 10만~15만원, 많게는 30만원까지도 부르는 게 값이었던 도수치료가 오는 7월부터 '4만원대 정찰제'로 바뀐다. 지난 4일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도수치료 관리급여 수가(건강보험에서 정한 가격)와 급여 기준안을 마련하면서다. '관리급여'란 적정 의료 이용 관리가 필요한 경우 해당 의료행위를 건강보험 항목으로 선정해 급여를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조치로 전국 어디서든 병·의원이 도수치료를 시행하고 받는 수가는 4만3850원(1회 30분 기준)이다. 그중 환자가 4만1658원(본인부담률 95%)을 내면, 나머지 5%(약 2200원)는 국민건강보험이 부담한다. 횟수는 주 2회, 연간 총 15회로 제한된다. 다만 수술·골절 등으로 인한 관절 구축, 강직의 뚜렷한 소견이 있다면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최대 24회까지 적용할 수 있다. 이들 환자가 연간 횟수를 초과하면 도수치료를 질환 치료 목적으로는 더 이상 받을 수 없다.

이런 변화는 그간 환자가 도수치료 비용을 실손보험으로 대부분을 보상받으며 제한 없이 받던 관행을 정부가 끊어내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1회당 가격뿐 아니라 연간 받을 수 있는 횟수까지 정한 게 과연 환자에게 도움 되는지는 의문이다. 도수치료는 환자 개인별 증상, 질병 경과, 치료 반응에 따라 치료 기간·횟수가 달라지는 맞춤형 의료행위이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이번 정책은 의사의 전문적 판단과 국민의 치료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운다. 성남시의사회는 "의료는 행정이 아니라 의학"이라며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 횟수·방법은 환자를 진료한 의사가 판단해야 하는데, 이를 행정적 기준으로 통제하는 건 의료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도 "정부가 제시한 형편없는 수가와 기계적인 횟수 제한은 사실상 대한민국 의료 현장에서 도수치료라는 전문 재활 영역을 말려 죽이고 퇴출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횟수 제한과 관련해 "환자의 몸 상태, 통증 깊이, 회복 속도는 개인마다 다르다"며 "척추 질환이나 만성 근골격계 통증을 앓는 환자는 수개월 간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큰 수술받은 환자가 정상적으로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거치는 재활 단계에서 도수치료는 단골 치료로 포함돼왔다. 이번 조치가 당장 다음 달 시행되는 가운데, 정작 도수치료를 25회 이상 받아야 하는 환자에게 이번 조치가 의학적 타당성을 갖는지, 그들을 위해 어떤 '플랜B'를 갖췄는지 정부가 답할 때다.

정심교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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