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전히 저평가" 낙관론이 가린 빚투 폭탄

머니투데이
2026.06.09 04:00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코스피 지수가 8%넘게 폭락 마감한 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전장대비 676.18포인트(8.29%) 하락한 7.484.41을 나타내고 있다. 2026.6.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코스피가 8일 8% 넘게 하락했다. 사흘 연속 큰 폭으로 하락하며 지수 8000선이 9일 만에 붕괴했다. 물론 코스피지수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당시인 1년 전 2700선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자본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 개혁과 반도체 산업 호황이 만든 결과다.

하지만 주가 등락을 "적정한 가격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만 치부하는 것은 당장 들이닥칠 수 있는 재난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하는 게 될 수 있다. J.M. 케인스의 말대로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지만 현재의 고통에 손을 놓지 말아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오르내리는 것이 숙명인 주식시장에서도 단기적으로 과도한 변동성은 다른 문제를 불러온다. 예상할 수 있는 문제가 레버리지 투자 증가에 따른 기계적 '투매'다.

최근 은행권 신용대출 잔액이 증가세로 전환하고 증권사 신용거래 융자 잔고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빚투(빚내서 하는 투자)가 급증했다는 의미다. 빚투는 적은 자본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레버리지 효과'를 일으킨다. 한편으로 손실도 기하급수적으로 키우는 양날의 검이다.

여기에 지난달 상장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에는 수조원대 자금이 몰렸다. 모두 주가 하락 시 '손절매'와 반대매매를 촉발해 대규모 투매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 투매가 투매를 부르는 악순환이 벌어지면 피해는 기업과 일반 투자자에까지 미친다. 그런데 당국은 주가 급등 와중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허용하고 국민연금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상향 조정했다. 장밋빛 전망에 취해 하락에 따른 리스크는 과소평가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국내 증시를 둘러싼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21일 연속 순매도했다. 글로벌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달러 자산 선호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스페이스X 상장도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 중반이라는 높은 수준에 머문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주식시장에서 이런 변수는 반도체 산업 호황과 이에 따른 경상수지 최대 흑자라는 호재를 압도한다.

이 대통령 말대로 국내 주식시장이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이 맞을지 몰라도 변동성에 경각심을 가질 이유는 충분하다. 낙관적인 메시지를 내기보다 시장이 과열됐음을 인정하고 정교한 시그널로 자발적인 레버리지 축소를 유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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