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대를 넘어서는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으로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진다. 기업들은 이란전쟁으로 에너지 공급망이 교란된 상황에서 해외에서 조달하는 원자재 비용 상승까지 떠안게 된 것이다. 수출기업들은 글로벌시장의 원가 경쟁력에라도 일부 도움이 되지만 식음료, 시멘트, 건자재, 제지, 유통 등 내수 주력 기업들은 환율 상승 충격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저비용 항공사들도 내국인 중심 승객 감소와 고유가, 환율 상승의 3중고에 시달린다.
기업들은 1500원대 원/달러 환율이 지속되면 원자재 조달부담이 연초 예상보다 20~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당장은 제품 품질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대체 원료를 발굴하거나 마케팅비용 절감으로 원가를 낮추겠지만 장기화할 경우 제품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 정부의 물가관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대다수 기업이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제때 반영하지 못하는 것도 고통을 키우는 요인이다. 정유사를 겨냥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와 식품기업들에 대한 가격 인상 자제 협조 요구가 대표적이다.
외환당국은 "과도한 변동성은 용인하지 않겠다"며 환율안정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당장 10일부터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주요 외국환은행을 상대로 외환 공동검사를 이어간다. 하지만 "고환율은 '성공의 비용'이자 '뉴노멀'"(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라거나 '외국인의 주식매도가 환율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재명 대통령)이라는 언급에서 보듯 환율 상승을 용인할 수 있는 것처럼 혼란스런 신호를 외환시장에 주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킬 구조개혁과 함께 통화가치를 깎아내리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현금성 지원을 줄여나가는 것도 환율 안정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정부는 한계에 몰린 기업들에게 가격 억제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에너지 비용에 대한 한시적 세제 조정과 물류부담 완화, 원자재 관세를 깎아주는(할당관세) 지원책도 함께 쓸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인상까지 현실화되면 기업들은 상반기 동안 누적된 고환율 관련 비용을 순차적으로 제품가격에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고환율이 지속되고 내수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면 서민들의 고통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