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흰 우유 소비가 40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시장 논리가 작동한다면 수요가 줄면 가격이 내려가야 한다. 그러나 소비자는 여전히 비싼 값에 우유를 사 먹는다. 이는 '원유 쿼터제'와 '원유가격연동제'에서 기인한다.
2002년 도입된 원유 쿼터제는 우유업체가 낙농가로부터 일정 물량의 원유를 의무적으로 사게 한 것이다. 저출산과 식문화 변화, 대체 음료 확산으로 흰 우유 수요가 감소했지만 유업체는 수요보다 많은 쿼터 물량을 비싼 값에 구매해 재고와 손실을 떠안고 있다. 생산비·물가와 연동해 가격을 정하는 원유가격연동제가 더해지면서 사료비, 인건비, 전기요금 등 생산비만 오르면 가격은 오르게 돼 있다.
유업계가 이렇게 사들인 뒤 남아도는 우유를 분유로 가공하며 버티고 있으나 비싼 원유 탓에 국산 분유 제조원가는 수입산의 3배가 넘는다. 수입 멸균우유는 몇년새 수입량이 40배 급증했다. 올 들어 미국산 멸균우유 관세가 철폐됐고, 7월부터 유럽산이 무관세로 전환되면 공세는 더 거세질 수 밖에 없다.
정부는 낙농가에 직간접적으로 국고를 지원했고 유업체에도 적자 보전을 위해 보조금을 줘 왔다. 그런데도 최근 3년간 전체의 13.7%가 폐업할 정도로 경영난에 처한 낙농가는 유업체가 임의로 구매물량을 줄였다고 비판하며 정책자금 상환 연장과 이자 감면, 폐업 보상 대책 등을 요구한다. 유업체 역시 가공용 원유에 대한 예산 지원과 세액 공제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보조금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예를 들어 잉여 원유·분유 재고에 대한 단순 보전은 비효율적인 생산·유통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손실만 세금으로 메우는 것이다. 수요 감소와 수입 멸균유 공세 속에서 이같은 생산과 가격 구조를 고치지 않는다면 국산 우유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갉아 먹게 된다. 소비자이자 납세자인 국민이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낙농가와 유업체, 정부와 소비자가 모두 지는 게임에서 벗어나려면 저출산과 소비 패턴 변화를 반영해 시장에 따른 수요 연동형 탄력 쿼터제로 바꿔야 한다. 보조금도 생산성 개선, 고부가 유가공 분야 전환 등을 유도하도록 재설계해야 한다. 수요와 경쟁을 인정해 모두가 이기는 게임을 위한 룰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