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포인트]AI기술이 만든 슈퍼스타와 인지부조화

[딥 포인트]AI기술이 만든 슈퍼스타와 인지부조화

양영권 논설위원
2026.07.0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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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닉스가 이끄는 성장, 다수 국민 체감 못해
거시지표-일반 삶 괴리 누적되면 신뢰도 붕괴
일자리 생태계로 성장 확산돼야 모두의 번영

대중미디어가 없던 시절 가수는 공연장을 돌며 관객을 만났다. 실력 차이가 있더라도 무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TV가 등장하고 음원기술이 발달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동일한 콘텐츠가 대규모로 복제·유통되자 소수의 스타는 천문학적인 이익을 거뒀고, 가수들 간 격차는 커졌다.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장을 지낸 셔윈 로젠은 1981년 발표한 논문(The Economics of Superstars)에서 이를 '슈퍼스타 경제'라고 불렀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소비는 상위 소수에 집중되고, 그 결과 승자가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노동경제학에 나오는 이론이지만 오늘날 산업과 국가경제에 적용해도 손색없다. AI 기술 발전과 투자 확대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기업이 성장을 견인한다. 올해 경상수지는 역대 최대 흑자가 예상되고 경제성장률이 3% 안팎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표만 보면 한국 경제는 보기 드문 황금기를 맞았다.

하지만 한 산업에 부가가치와 자원이 집중되는 문제가 생긴다. 자본과 인력이 반도체 산업으로 이동하고, 다른 산업은 투자와 인재 확보에서 밀려난다. 증시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코스피는 9000을 찍었지만 반도체 대형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자본시장이 발달하면서 승자에게 자본이 쏠리는 속도가 빨라졌다. 로젠은 복제 가능한 콘텐츠 시장을 사례로 들었지만 기술 발전이 수익과 자원을 집중시킨다는 점에서 AI 발전과 반도체 주도 성장 역시 슈퍼스타 경제의 특성을 띤다.

실제로 대다수 국민은 호황을 체감하지 못한다. 전체 일자리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특히 청년고용률은 25개월째 하락세다. AI가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지만 신규 일자리 창출은 미미하다.

'경제는 호황'이라는 평가와 '내 삶은 어렵다'는 체감이 충돌할 때 사람들은 인지부조화를 느낀다. 정책 당국자들은 불편한 진실 대신 편안한 설명을 택한다. 반도체 수출가격 상승으로 높아진 명목성장률을 경제 전반의 성과인 것처럼 해석하는 시도가 그렇다. 진실은 명목성장률과 실질성장률의 차이만큼 성장의 과실이 반도체산업에 쏠려 있다는 것이다.

1년째 상승 추세를 이어오는 환율에 대해 "외국인 자금의 일시적 이동"이나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며 안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외국인투자자는 위험자산인 원화가 추가 약세를 보일 것을 예상하고 주식을 매도한다. 근본 원인을 생략한 채 단순히 외국인 매도가 원화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주객이 전도된 표면적인 진단으로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리 없다.

일반 국민이 체감 못하는 성장은 시스템 불신과 자존감 저하로 이어진다. 괴리가 누적될수록 신뢰는 낮아진다. AI 기술 발전에 따른 과실이 확산하지 못하면 성장은 숫자놀음이다. 나아가 반도체 산업이 하방 사이클로 진입할 때는 경제 전체가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핀란드는 이런 구조적 취약성을 경험했다. 한때 휴대전화 시장을 지배한 노키아는 국가 경제를 떠받쳤지만 스마트폰 혁명으로 폴더폰 산업이 급격히 쇠퇴하자 경제 전체가 충격을 받았다. 한 산업과 기업이 성장을 좌우하는 구조는 국가 경제엔 리스크가 된다. 핀란드는 스타트업과 게임, 소프트웨어 산업을 적극 육성해 새로운 성장축을 만들고 나서야 충격에서 벗어났다.

슈퍼스타 경제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대중미디어는 슈퍼스타에게 부를 몰아줬지만 장기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체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키고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었다. 방송과 공연, 광고, 영상 제작, 관광을 아우르는 거대한 생태계가 창조된 것이다.

반도체 역시 창출된 부가가치가 제조업, 서비스업, 콘텐츠, 바이오 등으로 이어지고, 중소기업과 지역경제까지 확산할 때 비로소 일반 국민이 성장을 체감할 수 있다. 단순히 재분배에 힘쓰라는 게 아니다. 더 많은 기업이 성장하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생태계를 구축하게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성장의 속도만큼 확산에 목표를 둬야 '인지부조화 경제'를 끝낼 수 있다. 국가 경쟁력은 슈퍼스타를 보유한 것이 아니라 슈퍼스타의 성공을 모두의 번영으로 연결하는 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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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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