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복상장 규제, 자금조달 위축은 막아야

머니투데이
2026.07.07 04:00

금융위원회가 자회사 중복상장을 예외적으로 허용할 때 적용할 세부 기준을 발표했다. 앞으로 물적분할한 자회사를 상장하기 위해서는 모회사 주주 동의를 거쳐야 한다. 여기엔 3%를 초과하는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3% 룰'이 적용된다. 물적분할한 자회사가 아닌 일반 자회사라고 하더라도 주주동의를 거치면 상장심사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반영한다. 모회사 이사회에는 이같은 주주동의 여부 확인을 포함해 △주주 영향평가 △주주보호방안 마련 등 5가지 의무가 부여된다. 자회사의 주된 영업이 모회사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우에는 상장 심사를 통과할 수 없다.

정부가 중복상장을 막는 이유는 명확하다. 유망한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해 모회사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일반 주주가 피해를 보는 악습을 끊겠다는 것이다. 일부 대기업들은 알짜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뒤 상장해 막대한 자금을 조달해 왔다. 이 과정에서 모회사 소액주주들은 지분 가치가 희석돼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간 업계는 중복상장이 금지되면 모험자본의 투자금 회수(Exit) 시장을 마비시켜 창업 생태계를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번 기준에는 이같은 우려도 일부 반영됐다. 기업가치상 중요 자회사가 아닌 경우 자회사의 매출, 영업이익, 자산 비중이 모두 모회사의 10% 미만이면 주주동의 절차를 면제한다는 내용이다. 주주 동의에 대주주 지분이 완전히 배제되는 '소수 주주 다수결(MoM)' 기준을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도 업계의 의견이 받아들여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의 부작용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기업은 증권시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미래 성장을 도모한다. 중복상장 금지가 이같은 자본시장 기능까지 위축시킨다면 기업 성장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주주동의 절차에 3%룰을 적용하는 것만으로 막대한 행정적·시간적 부담을 기업 경영진에게 안긴다. 첨단 산업 분야일수록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잡기 위해서는 적기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필수다.

자본시장의 체질 개선과 일반 주주 권익 보호라는 시대적 과제는 거스를 수 없다. 그러나 기업의 본질적인 성장 동력과 자율성까지 제약하는 또다른 규제로 작동해선 안 된다. 금융당국은 이번에 발표한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첨단 기술 확보가 시급한 미래 산업이나 독립적인 사업 모델을 갖춘 벤처 분사(스핀오프)에 대해서는 성장자금 조달 통로가 위축되지 않도록 심사에 충분한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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