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왜 손해보험까지 다 할까 [MT시평/이병건]

이병건 DB증권 리서치센터장
2026.07.16 02:00

삼성화재해상보험과 삼성생명보험, DB손보와 DB생명, 그리고 KB손보와 KB라이프생명. 생명보험이나 손해보험이나 다 보험이고 지금은 주력 상품도 보장성보험으로 비슷하다는데, 왜 굳이 따로 있는 것인지 고객은 혼란스럽다. 혼란스럽기는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은행지주회사가 사업다각화를 위해 보험사를 인수한다고 하면 일단 그러려니 하는데, 생명보험은 가지고 있지만 손해보험사가 없어서 포트폴리오의 완성을 위해 손해보험사를 사야한다고 하면 이건 또 뭔가 싶다. 생보와 손보, 모두 각각의 역할과 투자매력이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의 이슈다.

오래 전부터 은행과 보험이 한 지붕 아래 함께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맞지 않으며 글로벌 추세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해왔지만, 백 번 양보하면 생명보험은 그래도 나름의 시너지와 명분은 있다. 생명보험을 영어로 'Life & Savings'라고도 하는 데서 나타나듯, 생명보험사의 종신보험, 연금보험, 변액보험 등은 본질적으로 저축의 기능이 강하다. 그래서 생명보험은 본질적으로 자산운용업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며, 금융 본연의 기능과 연관성이 높다. 만약 보장성보험과 같은 보험리스크만 최소화할 수 있다면 생명보험사를 장기상품 취급 금융사로 간주해도 무리는 없다.

하지만 손해보험사는 다르다. 손해보험사를 영어로는 'Non-Life', 혹은 'Property & Casualty'라고 한다. 업권간 영역분배 차원에서 일부 중기 저축성보험이나 세제상 특화상품인 연금저축(본연의 연금이라 보기 어려움)을 판매하기는 하지만, 저축성 기능이 강한 종신보험, 연금보험, 변액보험을 손보사는 취급할 수 없다. 장기손해보험상품에서 상당한 자산, 부채간 금리 불일치 리스크가 발생하기는 하지만 생보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다. 그래서 생보사하면 늘 떠오르는 ALM(자산라프사이클관리)이나 고금리 역마진 문제도 손보사에서는 그다지 심각하게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금융관련 통계에도 반영돼 있다. 통화·자금순환 통계의 경제주체 분류에서는 생보와 손보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보험기관'으로 묶는다. 하지만 통화지표의 금융기관유동성(Lf : M2에 2년 이상 장기금융상품 등을 가산한 지표) 편제에서는 손보는 포함시키지 않지만 생보사(우체국보험 포함) 보험 계약준비금은 포함된다. 생보사 계약준비금은 장기저축·연금 성격이 강해 예금에 준하는 유동성으로 간주된다. 반면, 손보사의 준비금은 본질적으로 손해보상(실손보상)을 위한 부채이기 때문에 유동성 지표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그 취지이다. 생보사들에 비해 손보사들의 보험위험 비중이 크다는 점을 생각하면, 손보사를 전통적 '금융' 기능에 포괄시켜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일부 비은행금융그룹이 보험사를 인수하려는 것도 자산운용 강화를 위한 이유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의도에서라면 손보가 아니라 생보가 맞는 선택이다. 이익규모 대비 자산규모가 손보사보다 큰 생보사의 특성은 바로 이러한 저축기능의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봐야한다.

바젤3와 ICS(보험자본기준) 시스템에서 은행과 보험간 상호투자한 경우 필요자본이 추가로 증가하고 결국 주주환원 여력의 감소를 통해 기업가치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 더구나 해약환급금준비금 등과 관련된 은행과 상이한 보험만의 자본구조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는, 은행이 예상하기도 어렵고 은행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바라는 것과도 거리가 멀다. 해약환급금준비금과 비슷한 규제를 호주와 대만도 도입한 상황에서 이러한 조건이 한국만의 특수한 규제라고 강변하기도 어려워졌다.

주주가치 이전에 시스템 안정성 차원에서도 은행이 이질적인 보험사에 투자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특히 속성상 금융 외적인 보험위험에 대한 노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손보라면, 게다가 자본규제상 많은 추가 자본투입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짬뽕도 맛있고 짜장면도 맛있고 탕수육도 맛있지만, 그런다고 한데 휘휘 섞어 내놓고 포트폴리오 다변화라고 하지는 않는다.

이병건 DB증권 리서치센터장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