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AI가 만든 별점 4.8의 배신

[기자수첩] AI가 만든 별점 4.8의 배신

김평화 기자
2026.07.1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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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런 제보를 받았다. 쿠팡 일부 판매자가 '리뷰어'를 모집한 뒤 물건 대신 빈 상자만 보내고 판매자가 준 문구를 AI(인공지능)로 다듬어 별점 5점짜리 후기를 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배송기록이 남으니 겉으론 '실구매 후기'다. 수법 자체는 새롭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 아르바이트생에게 빈 박스를 보내 거짓후기 3700여건을 작성하게 한 업체를 적발했다. 과징금은 1억4000만원. 4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은 처벌이 아니라 도구다.

AI는 가짜후기를 더 빠르고 그럴듯하게 만든다. 트립어드바이저는 2024년 한 해에만 AI로 생성된 리뷰 21만4000건을 찾아내 삭제했다고 한다. AI 앞에선 언어장벽도, 문장력도 걸림돌이 아니다.

소비자는 먼저 산 사람의 경험을 믿고 결제한다. 그런데 후기에 대한 믿음엔 일부 금이 갔다. 일부 소비자는 자구책으로 별점 5점 후기보다 1~2점짜리부터 읽는다. 칭찬을 의심하고 불만부터 확인하는 시장은 비정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부터 AI 가상인물을 광고에 활용할 경우 '가상인물'임을 표시하도록 했다. AI 등 신기술 광고도 사전 실증을 거치게 하고 자료를 내지 못하면 광고를 중지할 수 있도록 하는 고시개정안도 행정예고했다. 지난해 12월엔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과 과징금 상향을 담은 범정부 대응방안도 나왔다.

방향은 맞다. 하지만 이 그물은 주로 '광고'를 겨눈다. 구매자가 AI로 대신 쓴 후기, 빈 상자 배송으로 만든 실구매 인증, 판매자가 문구를 통제한 별점조작은 어떤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다. 좋은 상품 대신 조작을 잘한 상품이 검색 상단을 차지하고 성실한 판매자는 밀려난다. 소비자는 후기를 의심한다. 결국 후기시스템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조작의 무게중심은 이미 광고에서 후기로 옮겨갔다. 규제도 이를 좇아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표시·광고'에서 '거래후기'까지 넓혀 대가를 받고 쓴 후기, 빈 상자로 꾸민 가짜 실구매 인증까지 겨냥할 필요가 있다. 별점으로 매출을 키운 플랫폼에도 검증의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향은 어떨까. 플랫폼은 조작을 실시간으로 걸러낼 거래데이터도 쥐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 별점 4.8을 보고 믿고 '구매' 버튼을 누른다.

김평화 기자 /사진=김평화
김평화 기자 /사진=김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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