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추격이 거세다. 설립 10년 만에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7%를 차지했다. 앞선 세대 제품에서 이익을 내 다음 모델을 개발하는 기존 산업의 문법을 뒤집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따라붙고 있다. 수익이 나는 DDR4를 접고 적자를 감수하며 DDR5와 LPDDR5X에 집중하는 식이다. LPDDR6도 올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준비중이다.
이런 시도는 중국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중앙·지방정부, 국유금융기관, 산업기금이 투자를 하고 자국 빅테크 기업들의 수요도 사실상 정책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CXMT가 최근 3년간 대규모 손실을 내면서도 1852억 위안 규모의 R&D와 설비투자를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다.
반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이런 국가주도형 지원은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규제에 자주 발목이 잡힌다. 단적인 예가 '주 52시간 근무제'다. CXMT가 '996 근무(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를 하며 쫓아오는데도 한국 반도체 연구나와 엔지니어들은 법에 가로막혀 운신의 폭이 좁다.
정부가 메가특구특별법에서 노동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지만 주 52시간제 예외는 확정되지 않았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양대노총과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해법을 찾겠다"고 했다. 그러나 반도체 R&D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주 52시간제는 특구안에 가둘 사안이 아니다.
전력과 송배전망 등 인프라도 더는 방치할 시간이 없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15GW, 호남 산단에 6.3GW의 전력이 소요된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수요까지 더해지면 전력 요구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호남 산단의 전기는 한빛원전 수명연장과 LNG열병합발전소 건설이 거론되지만 여전히 불투명해 기업들의 투자리스크를 키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6세대 D램 양산과 HBM4 개발 등 기술 미세화와 첨단 제품 영역에서 선두를 달린다. 반면 CXMT는 3세대 D램 수준이어서 기술 격차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중국의 R&D 속도와 장비 국산화 움직임을 고려할 때 방심할 수 없다. 지금은 정부와 정치권이 반도체 기업의 투자, 인프라, R&D 규제 완화를 뒷받침하는 실질적 뒷배가 돼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