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8·3 부동산 세제개편의 정책목표는 무엇인가. 집값을 잡겠다는 것인가,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인가, 부자를 잡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집주인에게 집을 팔도록 압박해 매물을 늘리겠다는 것인가. 정책목표가 불분명한데 세금부터 올리는 것은 정책이라기보다 시장에 대한 징벌적 압박에 가깝다.
이번 개편안은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높이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축소하여 양도세를 높이는 방향을 담고 있다. 정부는 조세형평성과 실수요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결과적으로는 '부자와 서민', '집주인과 세입자', '보유자와 무주택자'를 갈라놓는 갈라치기식 정책으로 비칠 수 있다.
주택 한 채를 가진 사람이 자신의 집을 전세 주고 다른 지역에서 전세로 거주한다고 해서 모두 부동산 투기꾼은 아니다. 수십 년 전 구입한 집 한 채의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현금소득이 그만큼 늘어난 것도 아니다. 은퇴해 소득은 줄었지만 집 한 채가 사실상 전 재산인 고령자에게 보유세를 높이고, 집을 팔 때 양도세 부담까지 키운다면 어떻게 하라는것인가. 집을 팔라고 내모는 것은 단순한 세제정책이 아니라 노후의 삶의 터전을 흔드는 '국가 폭력'으로 느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세금의 원리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단순한 부자 세금 감면이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축적된 자산가치 상승을 한 시점의 소득으로 간주해 높은 누진세를 적용하는 '결집효과(Bunching Effect)'를 완화하는 장치다. 퇴직소득을 종합소득과 분류과세하는 이유와 같은 맥락이다. 장기간의 물가상승과 명목가치 상승까지 모두 소득으로 간주해 과세한다면 실질적인 자산 증가가 아닌 원본재산까지 과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장기 보유에 따른 공제를 급격하게 축소하는 것은 결국 '오래 보유한 사람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리는 징벌적 과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정부가 집을 팔라고 유도한다면 퇴로부터 열어줘야 한다. 보유세를 높이면서 양도세 부담까지 키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세금이 너무 많아 팔 수 없고, 그렇다고 계속 보유하기도 부담스럽다면 소유자는 버티기에 들어간다. 이것이 시장에서 말하는 잠김효과(Lock-in Effect)다. 매물을 늘리려던 정책이 오히려 매물을 잠그는 역설이다.
대출규제도 문제다. 대출을 죄면 투기수요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금이 충분한 사람에게는 대출규제가 별다른 장애물이 아니다. 결국 대출규제가 강해질수록 현금부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고,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과 신혼부부, 서민에게는 불리한 구조가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현금이 있는 사람만 집을 살 수 있는 시장'을 만들게 된다
더 심각한 것은 전·월세 시장이다. 집주인에게 세금과 금융비용을 동시에 높이면 그 비용의 일부는 임대료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또한 집주인이 세금 절감을 위해 자기 집으로 들어간다면 전세 매물은 감소하고 전세 월세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결국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이 전월세 대란과 주거불안으로 돌아온다면 가장 큰 피해자는 무주택 청년과 서민이다. 부자를 잡겠다며 서민의 주거비를 올리는 정책이라면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부동산 가격을 세금으로 잡겠다는 발상에도 한계가 있다. 집값은 세금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공급량, 금리, 교통, 교육 등 수많은 변수가 작용한다. 특히 공급이 부족한 시장에서 세금만 높이면 가격이 안정되는 것이 아니라 거래가 위축되고 시장 왜곡이 커질 수 있다. 집값은 세금으로 잡는 것이 아니라 공급으로 안정시키는 것이 정공법이다.
정책에는 반드시 정책목표와 정책수단의 정합성이 있어야 한다. 정책은 국민의 재산과 삶을 변화시킨다.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 없이 졸속·무능·무책임하게 제도를 급격하게 바꾸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른바 '버스하우스' 같은 황당한 주택정책 제안까지 등장하는 현실에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규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정책설계다. 증세와 규제로 시장을 몰아붙이는 정책보다 공급과 거래를 정상화하는 정책이 먼저다. 시장을 이기려는 정책은 결국 시장과 국민 모두에게 패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