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보수를 하지 않은 도로가 있다. 사람은 덜 다니는데 차만 늘었다. 비어가는 차에 승객을 더 태우자고 해도, 다른 길로 다니던 사람을 오도록 하자는데도 막고 있다. 1972년부터 변함이 없는 교육교부금과 1994년부터 획일적인 농어촌특별세 얘기다.
먼저 교육교부금.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라는 긴 이름의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가 자동 연동돼 쌓이도록 55년 전부터 묶여있다. 1960 ~ 70년대는 교실 하나를 오전·오후반으로 나눠 쓰는 '2부제' 수업이 흔했고 학급당 학생수가 70 ~ 80명이 넘었다. 1970년대 학령인구는 약 800만~ 900만명에 육박했고 1980년대 초반에는 10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뒀다. 빈약한 재정에도 후세만큼은 제대로 키우기 위해세수와 연동되는 교부금은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현재 초·중·고등학교 재학생 수는 약 510만 명 안팎으로 감소했다. 향후 5년내에 400만 명대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교부금 규모로 따져보면 1972년은 1800억원(현재 가치 7조4000억원), 2026년 기준 예상액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기업의 호황으로 약 76조~80조원이다. 학생이 절반 이하로 줄었는데도 1인당 교부금은 1만8000원(물가상승 반영 때는 74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치솟은 것이다.
이렇다보니 교부금을 써야 하는 교육감과 교육청들은 초중고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태블릿 PC를 돌리고, 입학·졸업 축하금 등 현금복지성 지원금을 뿌리는 실정이다. 교육 수요자인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던 교육감 직선제의 폐해다.
교부금은 대학과 대학원으로는 가지 못한다. 교부금 법령 제정 당시 4년제 대학생은 4만4000여명으로 극소수만 누리는 혜택이라는 생각이 강했던 탓이다. 하지만 현재 대학생 수는 300만명 이상이다. 등록금 인상을 억제해온 탓에 대학들은 AI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재정지원 확대를 호소한다.
코스피 상장기업 주식을 매도할 때 빠져가나는 농어촌특별세(거래대금의 0.15%)는 어떨까. 농특세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에 따른 농업 개방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농어촌 지원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레저세, 취득세 등에도 붙지만 문제가 가장 두드러진 것은 증권거래액과 관련한 부분이다.
농특세 도입 당시 주식을 하는 국민이 많지 않아 레저세처럼 부자들에게 걷는다라는 명분이 통했지만 이제 주식거래는 서민 재테크 상품이 됐다. 코스닥이 아닌 코스피 종목들을 거래할 때만 붙는 것도 모순이다.
농특세는 농어민과 농어촌을 위해 쓰이는 것이 원칙이다. 540만명대이던 농어촌 인구는 30여년 사이 190여만명으로 줄고 까다로운 조건들이 붙어있다 보니 불용액이 많이 생긴다. 지난해와 올해 증시 활황으로 농특세는 급증했다. 연간 농특세 징수 규모는 6조 ~ 7조원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9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5월까지 이미 7조7000억원이 걷혔고 연말까지는 18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계도 있다.
정부의 구상은 시범사업을 통한 농어민 기본소득 지급 확대다. 불용액이 늘어나는 것보다는 지방소멸 방지 목적으로라도 나눠주는게 낫다는 논리다. 하지만 기본소득이 지급되기 시작하면 현금성 지원인 만큼 다시 줄이기 힘들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교육교부금과 농특세는 바뀔 수 있을까. 세제실장 출신 전직 고위관료는 "세금이 충분히 걷히는 올해가 논의와 변화의 적기"라고 했다. 마침 국회와 예산안을 논의할 주요 당사자인 기획예산처 수장으로 예결위원장과 집권당의 원내대표를 지낸 박홍근 장관이 재직 중이다. 박 장관은 교부금 자동 배분 구조 등과 관련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구조개혁 과제"라고 했다.
정책으로 행동하는 정부는 세금과 예산안(재정)으로 듣고 말한다. 명분 있는 징수와 필요한 곳에 적절히 쓰이는 예산이라야 비로소 가치를 지닌다. 경직적으로 거두고 쓰는 교육교부금과 증권거래 농특세에 변화가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올해 길을 뚫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