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저항 최소화하는 합리적 세제 필요[MT시평/이병건]

조세저항 최소화하는 합리적 세제 필요[MT시평/이병건]

이병건 DB증권 리서치센터장
2026.08.13 02:0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세금은 문명사회의 대가다"라는 말처럼 현대국가에서 세금은 필수적이고, 국가의 적극적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전히 근로소득세 면세 비중이 높고, 고령화 진행에 따라 사회보험료 저변 확대와 징수 형평성 제고가 필요하다.

지금은 물가와 자산가격 상승에 따라 세율을 건드리지 않아도 세금이 저절로 늘어나는, 사실상 '조용한 증세'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제도 변화가 그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 없이 갑작스럽게 늘어난 조세와 준조세 부담은 상당한 사회적 반발을 몰고올 수 있으며 결국 사회적 합의 수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급격한 조세부담 증가가 예상되는 부동산 세제도 그렇지만, 준조세인 건강보험료 관련 변화가 손익통산 없이 추진되면 자칫 모순이 심화될 수 있다.

부동산 세제부터 보자. 정부는 초고가 주택 기준을 새로 도입하며 보유와 실거주를 구분하여 차등적으로 과표를 상향하되 실거주자에게도 명목 고정인 공제 상한을 도입할 예정이다. 시장가격 상승과 공시가격 현실화가 동시에 작동하는데 기준선은 고정돼 있으니 세율을 손대지 않아도 대상이 저절로 불어난다. 실제로 서울에서 시세 15억원을 넘는 아파트 비중은 5년 새 22%에서 40%로 두 배가 됐다고 한다. '고가'의 기준을 주택가격 분포가 아니라 명목 금액으로 못 박고 있어서 시간이 갈수록 평균적인 집까지 '고가'로 편입되는 왜곡이 생긴다.

건강보험료도 같은 문법을 따른다. 직장가입자의 '급여 외 소득' 공제를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추는 개편은 지역가입자와의 형평성을 맞추고 사회보험 저변을 넓힌다는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 공제 기준 역시 물가에 연동되지 않는 명목액이어서 인하가 없더라도 명목 소득만 오르면 대상이 늘어나는 조용한 증세의 성격을 이미 안고 있다. 더구나 건보료는 1~2년 전 소득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개편이 시행되는 시점에는 그 기준이 되는 소득기간이 이미 종료돼 납세자가 대응할 여지가 전혀 없는 사실상의 소급 효과가 발생한다. 한편에서 배당을 장려하면서 다른 편에서 그 배당에 준조세를 물리는, 손익통산 없는 강화는 문제가 많다. 설혹 추진하더라도 금융소득 전반의 손익통산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아직 충분히 운영의 묘를 발휘할 여지는 있다. 얼마부터가 규제해야할 초고가인가에 대한 공감대 형성 여부는 별개로 두더라도 부동산 과세 기준은 명목 고정이 아니라 주택가격 분포에 연동해 유동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료 공제 인하는 충분한 시행 유예와 경과규정을 둬 대응 불가능한 소급적 효과를 걷어내는 방식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다.

공자가 말한 가정맹어호(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라는 말을 세금에 대한 반감(정치 = 세금)으로 새기기도 한다. '조용한 과세'는 호랑이처럼 조용히 다가오는 형태라는 점에서, 어쩌면 공자가 경계한 것 이상으로 가혹하게 느껴질 수 있다.

과세는 명시적인 사회적 공감대 하에서만 정당성을 획득한다. 행정편의주의적인 조용하고 은근슬쩍한 변화는 결국 반발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역사적 사례들을 살펴보면 세금은 많은 사회적 격변들의 원인이었는데, 결국 '동의 없는 부과'가 핵심적 이슈였다. '조용한 증세'가 위험한 이유도 결국 '내 동의나 인지 없이, 불공정하게' 부담이 늘어난다는 감각을 자극하기 때문이며 그 감각이 임계점을 넘을 때 일어난 사례를 역사 속에서 많이 찾을 수 있다.

이병건 DB증권 리서치센터장
이병건 DB증권 리서치센터장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