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칸막이로 국가 차원 인재정책 미흡
첨단 외에 일반 기술,기능 인력도 소중
지역,산업별 분포 담긴 '인재지도' 절실
정부는 'AI 3대 강국'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적 수준의 과학기술 역량이 필요하고, 기술이 산업으로 이어져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AI를 뒷받침할 에너지, 전력망, 튼튼한 제조업 기반도 중요하다. 이러한 국가 비전은 결국 인재 문제로 귀결된다. 과학기술은 사람을 통해 축적되고 발전하며, 산업과 사회에 적용되고 확산하기 때문이다. AI 3강도, 제조업 경쟁력도 인재 경쟁력에 달려 있다.
문제는 인재를 국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정책 시스템이 있느냐다. 정책 현장에서는 인재를 길러내는 정책과 활용하는 정책이 부처별로 따로 움직인다. 학교와 대학의 교육, 재직자의 직업 훈련, 성인의 평생학습도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기업으로 나뉘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지 않다.
정책 시야도 필요한 인력을 국내에서 길러내는 데 집중해 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세계에서 인재를 끌어오고, 해외 인재와 교류하며, 인재가 국경을 오가면서 지식과 기술을 나누는 전략이 요청된다. 이는 인재의 '국내 양성'을 넘어 '해외 인재 유입'과 '국내외 인재의 순환과 연결'을 포괄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뜻한다.
첨단인재만 바라보는 것도 문제다. 스타 과학자 몇 명으로 산업 전체의 혁신과 경쟁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산업현장을 떠받치는 중견 기술 인력과 숙련된 기능 인력이 필요하다. 특히 피지컬 AI를 비롯해 AI가 제조업과 결합해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려면, 산업현장에서 AI를 이해하고 생산과 공정에 적용할 중추 인력을 함께 길러야 한다.
지역 발전도 사람에 달려 있다. 어느 산업에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파악하고,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고 끌어들이며, 지역에 정착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데이터로 분석하고 대학·기업·직업교육으로 연결할 정책 역량이 지역에 충분한지 의문이다. 돈과 사업을 내려보내는 것만으로 지역 경쟁력이 생기지 않는다.
인재 정책은 사람에 대한 투자로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성장 정책'인 동시에 기술 발전에서 낙오하는 사람을 줄이는 '사회정책'이다. 하버드대 경제학자 골딘과 카츠는 역사적으로 기술 발전을 교육이 따라가지 못할 때 불평등이 커졌음을 보여줬다. 기술만 앞서고 사람의 역량 개발이 뒤처지면 그 과실이 소수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첨단 AI 인재를 키우는 것만큼 국민 전체가 AI를 배우고 활용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정부에는 인재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바라보는 기능이 있는가. 교육부는 학교와 대학을 둘러싼 현안에 매달려 있고, 산업·고용·과학기술·지역·외국인 정책은 각 부처가 따로 다룬다. 각각 필요한 일을 하고 있지만, 인재의 양성과 활용, 유입과 이동을 함께 진단하고, 정책을 조율하는 기능은 취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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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정책은 교육, 직업 훈련, 고용, 산업, 출입국 등 여러 정책을 체계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가 수준에서 인재의 양과 질을 파악하고, 산업과 지역별 수급을 전망하며, 국내외 인재의 유입과 유출을 살피고, 부처별 정책 중복과 사각지대를 조정하는 체계가 요청된다. 지금 어떤 인재가 어디서 부족하고 어디로 이동하는가. 10년 뒤 어떤 분야에서 사람이 모자랄 것인가. 이런 질문에 데이터로 답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데이터 기반 정책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역과 산업별 인재의 분포와 이동을 한눈에 보여주는 '인재 지도'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오늘 대학에 들어간 학생이 산업의 중추 인재가 되기까지 십수 년이 걸린다. 정권 임기와 단기 사업에 맞춘 정책으로는 국가 미래를 준비하기 어렵다. 나라의 경제 문제를 종합적으로 살피고 정책을 조정하는 시스템이 있듯이 인재 정책도 국가 차원에서 진단하고 기획하고 조율할 정책 시스템을 만들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