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생활권' 단위의 일차의료 체계 구축방안을 테이블 위에 올리자, 의료계가 "환자의 진료 선택권을 제한하고 일차의료기관을 망하게 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해명했지만 의사들의 불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어디서부터 실타래가 꼬인 걸까.
최근 국무총리 소속 자문기구인 의료혁신위원회 산하 초고령사회 의료체계 전문위원회는 '초고령사회 예방적 보건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지역보건·일차의료 혁신 권고안'을 만들며 '소생활권 단위의 일차의료 체계 구축방안'을 논의했다. '소생활권'이란 주민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며 물리·사회적 환경과 지역자원을 공유하는 지리적 단위다. 통상 인구 2만~5만명의 행정동을 중심으로 범위가 설정된다.
이 권고안에 소생활권이 담길 것이란 소식에 의사들이 발끈했다. 환자가 거주지 근처 의료기관만 이용하게끔 정부가 제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에서다. 대한내과의사회는 "환자가 특정 의원(1차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이유는 그 의원이 자신의 거주지 근처에 있기 때문만은 아니"라며 "질환 종류, 급성·만성 여부, 이동 거리와 교통수단, 진료 시간대 등 복합적 요인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일부 유튜브·SNS에선 2024년 1월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헬기 이송 사건까지 소환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누구는 헬기 타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갔는데, 누구는 집 근처 병원만 가라는 게 말이 되냐'는 성토가 쏟아졌다.
여론이 악화하자 보건복지부는 "행정동 중심의 소생활권으로 주민의 의료이용을 제한한다는 내용은 전혀 검토한 바나 검토 계획이 없으며, (권고안에 소생활권이 담기는 건) 생활권 중심의 의료이용을 보장하자는 내용"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의사 출신의 몇몇 유튜버는 "검토한 적 없다는 정부의 말을 믿기 힘들다"는 반응과 함께 의대증원책 발표 당시를 소환했다. 2024년 1월 '네자릿수 의대증원설'이 보도되자 정부가 "증원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부인했는데, 불과 며칠 뒤(2월6일) 복지부는 2000명 증원 계획을 돌연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전공의 집단사직과 의대생 집단휴학의 단초가 됐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의료정책에 정치적 계산이 들어가선 안 된다. 병원을 선택할 권리, 명의를 찾아 나설 권리는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검토 계획이 없다'는 복지부의 해명은 의사·국민이 고마워해야 할 게 아닌, 당연한 일이다. 국민의 기본권은 정부가 개입할 수 없는 '국민만의 몫'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