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기 전인데도 바닥 드러내 물류 마비…한국판 라인강 사태 없어야

독일 강변 도시 카우프의 팔츠그라펜슈타인 성은 라인강 한가운데 작은 모래섬 위에 세워졌다. 봉건 시대에는 라인강을 지나는 선박들로부터 통행세를 징수하는 요새였고 지금은 관광객들이 작은 배를 타고 들렀다 가는 관광명소다. 이 성은 지난달부터 폐쇄됐다. 기록적인 가뭄 탓에 라인강에 배를 띄우기 어려워서다.
라인강 수위는 카우프 부근이 가장 얕다. 이곳 수위가 강 전체의 기준이 된다. 기존 최저기록은 2018년 10월의 25㎝다. 카우프 수위는 이달 4일 21㎝로 1880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저를 기록하더니 지난 10일 15㎝까지 떨어졌다. 독일연방수문학연구소는 이달 중 카우프 수위가 1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독일내항운송협회는 수위가 10㎝ 아래까지 내려가면 화물 운송이 막힐 수 있다며 "라인강이 둘로 쪼개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해 항만과 독일 남부를 잇는 강 본류가 끊긴다는 뜻이다.

라인강은 독일 공업지대를 지나 네덜란드의 북해 항만까지 이어지는 유럽 물류의 대동맥이다. 라인강은 연간 2억8500만톤의 화물을 나르며 독일 내륙 수운의 80%를 차지한다. 독일 경제성장을 '라인강의 기적'으로 부른 배경이다.
2018년 가뭄 때도 라인강 물길이 끊길 뻔했다. 그해 3~4분기 독일 산업계는 47억유로 규모의 생산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들은 저수위 운항 가능 선박을 도입하는 등 대비책을 세웠다. 독일 화학기업 BASF는 올 여름 최악의 가뭄에도 "8년 전보다 훨씬 더 잘 준비됐다"고 자신했다.
그런 BASF도 지난 5일 계면활성제 제품 공급 계약이행불가를 선언했다. 라인강 물류가 끊겨 원자재 조달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킬세계경제연구소는 라인강 수위 하락으로 3분기 독일 성장률이 0.1~0.2%포인트 깎일 수 있다고 본다. 독일의 올해 2분기 경제 성장률이 지난 분기 대비 0.2%였다. 라인강 가뭄이 한 분기 경제 성장률을 통째로 지울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가뭄을 부른 기후위기는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또한 섭씨 40도의 폭염과 극한가뭄에 농업을 포함, 각 분야 산업이 타격을 받았다. 정부·기업 모두 기후위기가 불러올 충격을 먼 미래의 일로 여기지 말고 시급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