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교육혁신, 교실 문턱을 넘어야 한다[청계광장/배상훈]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교무처장
2026.09.15 02:00

코로나 때 교육을 움직인 주체는 교사들
좋은 정책도 교사가 공감하고 실행해야
교사들에 체계적 AI 연수기회 제공해야

2020년 코로나19로 학교 문이 닫혔을 때 교육도 위기를 맞았다. 교육을 다시 움직인 것은 현장 교사들이었다. 학습공동체를 만들고 새로운 수업 방법을 찾아 서로 나눴다. 성공뿐 아니라 실패도 공유했다. 교육은 계속돼야 한다는 책임감과 교사들에게 축적된 전문성이 빛을 발했다.

교육 당국은 정책 방향을 정하고 재정을 투자해 변화의 여건을 만든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 매일 학생을 만나 수업하고, 학습과 성장을 이끌어내는 사람은 교사다. 어떤 교육개혁이든 교실 문턱을 넘어서려면, 교사가 움직여야 한다.

미국 교육개혁 100년의 역사를 살펴본, 스탠퍼드대 교육학자 데이비드 타이액과 래리 큐번에 따르면, 학교에는 오랜 기간 형성된 고유한 '문법(grammar of schooling)'이 있다. 위에서 새로운 정책을 내려보내도 교사들이 그 필요성을 공감하지 못하면, 개혁은 교실에 뿌리내리기 어렵다. 학교는 잠시 몸을 낮추고 '개혁의 비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릴 뿐이다.

우리는 지금 생성형 AI가 불러온 거대한 변화를 맞고 있다. 한 세기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교육혁신의 기회이기도 하다. 무엇을 가르칠지, 어떻게 평가할지, 나아가 학교와 교사의 역할은 무엇인지 다시 묻게 한다. 정부와 관련 위원회, 연구자들이 AI 시대 교육의 방향과 처방을 쏟아내는 것도 그래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교육은 문서로 바뀌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교사가 그 방향에 공감하고 수업과 평가에 반영하지 않으면 개혁은 교실 문턱을 넘을 수 없다.

무엇보다 AI 교육의 출발점이 '기술'이 아니라 '학습'이어야 한다. 학생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해야 하며, AI가 그 과정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개발자들이 AI 기술을 만든다면, 기술을 학습으로 바꾸는 것은 교사의 몫이다.

문제는 교사를 어떻게 변화의 주체로 세울 것인가이다. 교사는 단순한 정책 집행자가 아니다. 교육에 대한 전문지식과 직업윤리를 바탕으로 동료와 배우며 스스로 전문성을 높여가는 '전문가 집단'이다. 지시와 통제로 변화를 강제하기보다 '왜 변해야 하는지' 공감하게 하고, 스스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 동료와 함께 실천하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교사 연수부터 다시 볼 필요가 있다. AI가 수업과 평가, 교사 역할까지 바꾸는 지금, 교사들의 재학습은 교육혁신을 위한 투자다. 몇 시간짜리 일회성 연수로는 부족하다. 교사들이 AI가 가져올 변화를 깊이 이해하고 새로운 수업과 평가를 시도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학습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교사들이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나누는 학습공동체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그 효과는 AI에 대응해 수업을 바꾸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교사들이 새롭게 찾아온 환경을 해석하고, 새로운 수업을 실천하면서 결과를 공유하는 경험이 쌓이면 그 자체가 학교의 역량이 된다. 다음 변화가 찾아와도 학교 공동체가 스스로 학습하고 창의적으로 적응할 수 있게 된다. '학교 효과성(school effectiveness)' 연구에서도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은 학교 조직의 효과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AI 혁신의 성과는 교사와 학생이 AI를 잘 쓰는 것을 넘어, 변화에 스스로 적응하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방향을 제시하고 제도와 자원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거창한 계획과 행동 지침, 해야 할 일의 목록을 학교에 보내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교사 역시 변화를 남의 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전문직이 누리는 자율에는 학생의 성장과 성취에 대한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학교의 변화는 정책담당자의 입이나 관료의 책상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매일 학생을 만나 수업하는 교사들의 전문성과 자발적 참여, 그리고 책임을 통해 완성된다. AI 시대 교육혁신의 성패도 결국 변화가 교실 문턱을 넘어 학생의 배움까지 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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