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조업의 추격, 한국이 갈 길은?[차이나는 중국]

중국 제조업의 추격, 한국이 갈 길은?[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논설위원
2026.09.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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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로이터=뉴스1
/로이터=뉴스1

철강, 석유화학, 조선, 이차전지, 전기차, 반도체. 중국의 제조업 굴기가 가속화되면서 주요 산업 분야에서 한국과 중국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중국 제조업이 자급률을 높이거나 심지어 값싼 제품을 해외로 쏟아내면서 국내 산업의 구조조정 압력도 커졌다.

국내 철강업은 내수 부진에 중국발 공급과잉까지 겹치면서 업황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석유화학은 오는 2030년까지 나프타분해설비(NCC) 생산능력의 18~25%를 감축하는 구조개편에 나섰다. 최대 수출 시장이던 중국이 자급률을 높인 영향이다. 조선은 중국 기업의 수주가 한국 조선사를 압도하고 있으며 이차전지·전기차는 중국이 한국 점유율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반도체는 한국이 아직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반도체 초호황을 타고 창신메모리(CXMT), 양쯔메모리(YMTC)가 무섭게 점유율을 높인다.

올해 수주량의 76%를 차지한 중국 조선
올해 1~8월 한국·중국의 조선 수주량, 한국·중국의 수주잔고/그래픽=이지혜
올해 1~8월 한국·중국의 조선 수주량, 한국·중국의 수주잔고/그래픽=이지혜

국내 조선업계가 고부가 선박 중심의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수주물량에서는 중국이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한국의 선박 수주량은 938만CGT(표준선환산톤수)로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

HD현대중공업의 올해 누적 수주 실적은 180억8000만달러로 연간 수주 목표의 77.6%를 달성했다. 한화오션의 수주실적도 70억7000만달러에 달하지만, 세계 조선 발주 물량은 중국에 집중되고 있다.

올해 1~8월 중국의 수주량은 4539만CGT로 작년 동기 대비 95% 늘었다. 전체 수주량의 76%를 가져갔고 한국의 점유율은 16%에 그쳤다. 수주잔량의 격차도 크다. 지난 8월말 기준, 중국 수주잔고는 1억4539만CGT로 한국(3796만CGT)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중국은 전체 조선 수주잔고 중 67%를 차지한 반면, 한국은 18%를 점하는 데 그쳤다.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3년치 이상의 건조물량을 확보한 상태로 물량 경쟁보다는 LNG운반선과 대형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종을 선별 수주하며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중국은 고부가 선종에서도 추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전기차 앞세워 해외시장 공략 가속화하는 중국 자동차

이차전지·전기차도 마찬가지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글로벌 전기차용 이차전지 시장에서 상위 10위권 중 중국 기업이 7곳을 차지했다. 이들 7개사의 합산 점유율은 72.8%에 달한 반면, 국내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3위)·SK온(8위)의 점유율 합계는 11.4%에 불과했다.

중국 자동차·전기차 수출 추이/그래픽=김지영
중국 자동차·전기차 수출 추이/그래픽=김지영

중국 자동차 기업은 전기차를 앞세워 해외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 1~7월 중국 자동차 수출규모는 614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66.8% 증가했다. 중국은 2023년 491만 대를 수출해 일본(442만 대)을 제치고 세계 자동차 수출 1위에 오른 뒤 격차를 벌려왔다. 특히 최근 내수시장 성장이 둔화되자 수출 드라이브를 한층 세게 걸면서 작년 자동차 수출은 710만대로 늘었다.

중국 자동차 수출을 견인하는 건 전기차다. 올해 1~7월 중국 전기차 수출은 291만대로 122.5% 급증했다. 이중 체리자동차가 114만대, BYD가 97만대를 수출했다. BYD가 한국에서도 수입차 판매 상위권에 안착한 데 이어 지커(Zeekr), 체리자동차까지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거리에서 중국 전기차를 보기가 어렵지 않게 됐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제조업이 우리 일상 속으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마지막 남은 보루
글로벌 D램·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그래픽=김지영
글로벌 D램·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그래픽=김지영

반도체는 아직 한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지난 7월 27일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는 중국판 나스닥인 커촹반 상장과 동시에 중국 본토 증시 시총 1위에 올랐다. CXMT는 기업공개(IPO)로 조달한 666억위안(약 13조3300억원)으로 생산능력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중국 최대 낸드플래시 업체 양쯔메모리(YMTC)도 상장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반도체 초호황을 타고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CXMT는 점유율 10%로 4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점유율 38%로 1위, SK하이닉스가 25%로 2위를 차지했다. 심상찮은 것은 CXMT의 추격 속도다. CXMT의 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4%에서 1년 만에 10%로 올라섰다. 업계 예상보다 훨씬 빨리 두 자릿수 점유율에 진입한 것이다. 상반기 CXMT 매출은 1503억위안(약 30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4% 급증했다.

지난 8월말 CXMT는 자체 개발한 차세대 모바일 D램인 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6(LPDDR6)를 양산해 샤오미의 신형 폴더블폰에 공급한다고 밝히는 등 기술 추격에 고삐를 죄고 있다.

YMTC의 약진도 눈에 띈다. 올해 2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YMTC는 점유율 14%로 일본 키옥시아와 공동 4위를 차지했다. YMTC 점유율은 1년새 3%포인트 올랐다. 삼성전자가 점유율 28%로 1위, SK하이닉스가 19%로 2위를 기록했다. AI 시장이 학습에서 추론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낸드플래시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YMTC는 자체 적층 기술인 '엑스태킹(Xtacking)'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267단 3D 낸드를 양산하고 300단 이상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중국 제조업의 전방위적인 도전에 맞서 한국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먼저, 범용 제품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선단 제품을 키우면서 중국의 도전에 대응해야 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손을 떼고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의 전환을 가속화한 게 좋은 예다. 또한 완제품에서 밀린 뒤 소재·부품·장비로 살아남은 일본처럼 산업의 병목을 장악하는 것도 유효한 전략이다. 향후 중국 제조업의 도전은 더 거세질 것이다. 모든 걸 잘하는 것보다 한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기업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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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논설위원

중국과 금융에 관심이 많습니다. PhD in fi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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