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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소속 연구자가 자신이 개발한 기술로 창업했다면 이는 혁신 활동인가, 이해 충돌인가. 오랫동안 답은 '둘 다'였다.
출연연은 지난 50여 년간 국가 R&D(연구·개발)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이제는 연구성과를 민간으로 이전·사업화하고 실험실 창업으로 잇는 것까지 핵심 임무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저성장 속에서 연구성과를 산업과 시장으로 연결해 새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어서다.
연구자가 실험실 문을 나서 시장으로 향하는 길은 국가가 앞장서 권장해온 길이다. 그런데 그 길 위에 또 다른 법이 놓여 있었다. 2022년 5월 시행한 '이해충돌방지법'이다. 이 법은 공직자가 자신의 직무와 사적인 이해관계가 얽힐 경우 이를 미리 신고하도록 한 제도다. 이를테면 연구자가 자신이 개발한 기술로 창업해 그 회사의 지분을 갖게 되면, 해당 기업과 연구자 사이에 사적인 이해관계가 생길 수 있다.
문제는 사업화와 창업 과정에서 이런 상황을 완전히 피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국가가 사업화와 창업을 독려할수록 이해충돌이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위축 효과는 숫자로 나타났다. 공공연구기관의 기술이전율은 2021년 41%를 정점으로 2024년 29%까지 3년 연속 하락했고, 출연연 창업도 2020년 62건에서 2024년 25건으로 줄었다.
이런 족쇄를 풀기 위한 변화가 시작됐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과기출연기관법' 개정안의 핵심은 두 가지다. 출연연 연구자가 공공기술로 창업하거나 기술을 이전한 기업에서 그 대가로 주식을 취득할 경우 이해충돌방지법상 사적 이해관계자에서 제외했다. 또 공공기술 기반 창업기업을 위해 연구자가 기술 자문 등 외부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문제는 법이 바뀌어도 현장 연구자들이 쉽게 나서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사실 개정 전에도 기관에 신고만 하면 자문료나 주식을 받는 것은 가능했다. 그런데도 연구자들이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다. 한 연구자는 "법보다 주먹이 가까워서"라고 말했다. 여기서 '주먹'은 감사원·과학기술정보통신부·공정거래위원회의 감사(監査)다.
혹시나 감사에서 트집 잡힐까 몸을 사리는 것이다. 게다가 '왜 문제가 없는지' 해명하는 것도 대부분 조직이 아니라 연구자 개인에게 돌아간다. 그렇다 보니 안정적인 길을 택해 연구소에 들어온 이들일수록 아예 위험을 지지 않으려 한다. 규제 개선에도 불구하고 출연연 현장에선 "3년은 지나 실제 사례가 나와봐야 안다"며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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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남은 과제는 '명확한 기준'이다. 연구기관장과 정부, 창업을 돕는 전문기관이 "이런 경우는 괜찮다"는 사례와 지침을 만들어 현장에 알려야 한다. 감사와 유권해석을 맡은 기관도 규제를 좁게 해석하기보다 '창업을 막지 말라'는 법의 취지에 맞게 폭넓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이번 규제 완화가 연구성과를 시장으로 이끄는 본래의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