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개발에 참여하고 돈을 버세요(Get paid to build AI)." 글로벌 휴머노이드 선도기업 피겨 AI가 지난 8월 말 오픈한 크라우드소싱 플랫폼 '인덱스(Index)'의 도발적인 슬로건이다. 참가자가 헤드마운트를 착용하고 생활하는 것만으로 가사·사무·제조 전반의 시선과 손끝 궤적이 신체 행동 데이터로 축적된다. 이 실험이 성과를 거두자 피겨 AI는 향후 1년간 데이터와 컴퓨팅에 10억 달러(약 1조 4000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투자의 본질은 데이터를 쏟아부어 성능을 끌어올리는 '스케일링 법칙'을 피지컬AI에서도 관철하겠다는 것이다. 웹상의 3인칭 관찰 영상만으로는 물리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로봇의 미세한 힘조절과 물리법칙을 온전히 학습시킬 수 없다. 시각 정보와 신체 행동이 일체화된 1인칭 데이터를 선점해 '피지컬AI의 챗GPT 모멘트'를 열겠다는 계산이다.
물리 데이터 확보전은 이미 국가 차원의 인프라 경쟁으로 격화되었다. 미국이 구글과 앱트로닉처럼 빅테크와 스타트업이 손잡는 '로봇 파크' 생태계를 구축해 기업연합 전선을 펴는 반면, 중국은 70여 곳의 데이터 공장에 40여 곳을 증설하며 국가 주도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는 물리 데이터를 차세대 제조업의 기술 주권을 가를 핵심 전략 자산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한 물리 데이터의 양적 축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숙련자의 미세한 힘 조절, 작업 순서의 최적화, 돌발 변수에 대한 실시간 판단과 실패 극복 과정까지 온전히 담아내야 한다. 현장에서 암묵적으로 발생하는 '상황-판단-행동-결과'로 구조화한 고품질 'AI-ready 학습용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또한, 데이터의 다양성과 연결도 중요하다. 구글 딥마인드가 서로 다른 22종의 로봇 데이터를 함께 학습시켜 개별 모델보다 작업 성공률을 50%나 끌어올렸다.
피지컬AI의 성패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학습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핵심은 실세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경험을 지속적으로 데이터로 전환하고 축적하는 것이다. 제조·물류·농업·국방·돌봄 등 다양한 현장에서 보고, 느끼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전 과정과 그 결과까지 데이터로 담아내야 한다.
이를 위해 실세계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검증·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피지컬AI 데이터 확보·관리체계가 시급하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 수집의 스키마(schema), 포맷, 품질 평가 기준을 국가 단위로 표준화해 서로 다른 로봇과 모델 간 상호 호환성을 확보하고, 산·학·연이 자유롭게 탐색·공유할 수 있는 개방형 협업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공장 내 충돌이나 안전사고 같은 위험한 돌발 변수까지 현실에서 직접 일으켜 수집하긴 힘들다. 가상의 현실세계 예측모델(월드모델)과 시뮬레이터로 합성데이터를 대량 생성해 실제 현장 데이터와 결합해야 한다. 현실에서 데이터를 얻고, 가상공간에서 확장한 뒤, 다시 현장에서 검증하고 재학습하는 '데이터 플라이휠'이 핵심이다. 올 상반기 과기정통부가 로봇의 두뇌가 될 경량 모델과 함께 '피지컬 AI 선도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월드모델과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제 관건은 이 기술적 준비가 연구를 넘어 현장의 데이터 및 선순환 체계와 얼마나 긴밀히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생성형 AI의 1차 레이스에서는 후발주자로 출발했으나, 실세계 물리 공간을 무대로 하는 피지컬 AI 패권 경쟁은 이제 막이 올랐다. 피지컬AI 시대의 데이터는 단순한 텍스트나 이미지가 아닌, 대한민국 산업 현장에 스며있는 치열한 '숙련의 역사'다. 우리가 가진 압도적인 산업 현장의 경험을 데이터 지능으로 선순환시키는 '데이터 플라이휠'을 힘차게 돌린다면, 대한민국은 AI G3를 넘어 피지컬 AI 선도국으로 도약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