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UAE에서 우리가 개발한 한국형원전 'APR1400' 4기를 수출한다는 계약체결 낭보가 전해진지 7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이 사업은 현재 순항 중이다.
첫 원전 수출인 만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 것도 사실이지만 한전을 컨트롤타워로 하는 한전원자력연료, 한수원, 한전기술 등 국내 원전 그룹사와 주요기기 제작사, 건설사 등이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사업팀의 하나 된 노력으로 여러 난관을 무난히 극복해 오고 있다.
지난 2월에는 1호기의 상온수압시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등 UAE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는 원전 건설관리 및 설계기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 왔으며 세계 각국은 경이로움으로 이 사업을 주시하고 있다.
비록 UAE사업 수주 이후 터키, 베트남, 핀란드에서 펼쳐진 원전수출 시도는 러시아, 중국, 일본 등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경쟁국들의 공격적 수출 전략에 가로막혀 가시적성과를 창출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금도 폴란드, 체코 등 동구권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대형원전수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는 원전수출을 통한 신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구상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갈수록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의 필요성이 재조명되면서 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다.
지난해 말 체결된 파리협약 이후 온실가스 저감이 세계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지구적 기온상승을 2℃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378 GWe인 현재의 원자력발전량을 2040년까지 862 GWe로 두 배 이상 확대시켜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때문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현실적 수단으로서 원자력의 역할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IAEA는 2020년까지 6410억 달러 (약 742조 원) 규모의 시장 전망을 내놓았고 작년 말 현재 15개국 67기가 건설 중이다.
또 앞으로도 27개국에서 179기의 건설이 계획돼 있다는 사실로 미뤄 볼 때 원전 확산은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추세를 고려할 때 머지않아 세계 원자력 시장은 공급자중심시장 (Suppliers’ Market)으로 전환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막대한 원전 건설과 운영비용으로 말미암아 원자력 시장이 수요자중심시장(Buyers’Market)에 머무르고 있고 제한된 대형원전 수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시장이 수요자중심으로 전환될 때까지 손을 놓고 있어야 할까? 답은 '아니오'가 분명하다. 중소형원전이라는 틈새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원전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나라들 중 다수는 국가 전체의 발전량이 1000MW급 대형원전 1기를 수용하기에도 어려운 형편이어서 이들 국가에는 600 MW 이하의 중소형원전이 제격이다.
또 대부분의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국토의 사막화로 심각한 물 부족을 겪는 국가들이다.
그러니 이런 국가들에는 전력과 물을 함께 공급할 수 있는 원전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중소형원전인 스마트원전이 있다.
이 원전은 위에 말한 전력과 물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3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양국 간 스마트원전과 인력양성에 관한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PPE (Pre-Project Engineering)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PPE 사업은 이름 그대로 본 건설사업 이전에 필요한 엔지니어링 작업을 사우디와 공동투자로 추진하는 것이다.
이전까지 스마트원전 개발이 일체형원자로 자체에 집중됐다면 이번 사업에서는 원자로의 안전과 성능을 담보할 안전계통과 보조계통 설계개발, 그리고 대형원전 위주로 운영되는 부품 시장으로부터의 소형의 안전등급 부품 조달가능성 확인 등 상업화에 필요한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중소형원전분야에서 원전선진국들 보다 한발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신규원전 건설을 비롯해 원자력 산업 전반을 둘러싼 국내 환경은 아무래도 걱정거리일 수밖에 없다.
철저한 안전성 확보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나아가 고객들에게 우리 손으로 만든 원전이 우리 땅에서 문제없이 가동되고 있음을 자신 있게 보여 줄 수 있어야 비로소 수출길이 열리지 않겠는가.
중소형원전이라는 틈새시장공략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는 경기침체와 청년실업 이라는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놓쳐서는 안 될 일이다. 이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