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교육청이 법원의 문명고 연구학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에 항고하면서 "검정교과서가 편향됐고 학생의 심신이 미숙하다"며 국정교과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명고가 학교운영위원회 결과를 번복한 것이 도교육청 규칙에 어긋난다는 학부모 측 주장에는 "내부 규칙은 대외적인 구속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2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8쪽 분량의 '항고이유서'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사건 처분의 효력이 정지될 경우 공공복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법원 결정에 항고했다. 대구지법 1행정1부(손현찬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문명고 신입생 학부모 2명이 제기한 효력정지 신청에 대해 본안 소송 격인 '연구학교 지정처분 취소소송' 판결 확정일까지 지정처분 효력과 후속 절차의 집행을 정지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도교육청 측 변호인단은 항고이유서에서 "역사교과서에 따른 국론분열은 기존 검정교과서의 편향성 때문"이라며 국정교과서와 연구학교의 정당성을 내세웠다. 도교육청 측은 "2002년 역사교과서 검정제 전환 이후 교과서별 내용 편차가 존재함에 따라 오류·편향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며 "역사교과서는 이념 논쟁의 도구가 되고 심각한 국론 분열을 유발했다"고 서술했다. 이어 "검정교과서는 특성상 집필진이 특정 역사적 견해나 성향을 공유할 수밖에 없고 대부분의 검정교과서에서 균형 잡힌 시각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어 교육부가 직접 국정 역사교과서를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도교육청 측이 내세운 또 다른 국정화의 근거는 학생들의 '심신 미숙'이다. 도교육청 측은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사용되는 교과서는 아직 심신이 미숙한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중략) 교육내용에 있어 통일성·객관성·전문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수학권의 내실있는 보장, 기타 공교육에 대한 기준설정과 운영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기 위해 국정교과서 제도를 채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재판소도 학생은 일반 성인과 달리 다양한 가치와 지식에 대해 비판적으로 취사선택할 수 있는 독자적 능력이 부족하므로 지식과 사상, 가치의 자유 시장에서 주체적인 판단에 따라 스스로 책임지고 이를 선택하도록 국가가 방치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도교육청 측은 문명고가 연구학교 지정 과정에서 도교육청 규칙 등을 어긴 것에 대해서도 "대외적 구속력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학부모들은 학운위에서 연구학교 지정과 관련한 표결이 번복된 것이 도교육청 지침인 '학운위 업무편람'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도교육청은 "행정규칙이나 내부지침은 일반적으로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인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라며 "행정처분이 그에 위반했다고 해서 위법하는 것은 아니며 학운위가 일사부재의원칙을 어겼다고 결의가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측은 통상 연구학교 신청 시 교원동의를 받는 방침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도교육청 측은 "이번 건은 피신청인(도교육청) 내부의 지침에 불과한 교원동의율을 반드시 적용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보기가 어렵다"며 "지금과 같은 특수한 상황 하에서 예외적인 내부 지침 적용 배제만을 들어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병욱 의원은 "이번 항고가 학생들을 위한 것인지, 무책임하고 고집스런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사업 자체를 위한 것인지 교육당국은 교육자의 양심을 가지고 되돌아봐야 한다"며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소중한 예산이 막무가내식 소송비용으로 쓰인 것에 대해서도 패소 시 소송비용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소송대리인인 정부법무공단을 통해 지난 17일 항고장을 제출했으며 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