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외고), 국제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가운데 이들 학교의 재지정 평가가 이뤄지는 2019년까지는 일반고 전환이 어렵다는 문재인 캠프 내부 검토 내용이 공개됐다. 이와 관련, 교육감들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폐지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행령 개정은 별도의 외부 의견수렴 절차가 필요치 않아 정부로서는 가장 손쉽게 자사고 등을 폐지할 수 있다.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초·중등 교육공약 설계에 참여한 관계자는 14일 "법리 검토 결과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가 이뤄지는 2019년까지는 학교 폐지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있어 이를 내부보고서로 작성했다"고 말했다. 자사고와 특수목적고(특목고) 등은 관련 법령에 따라 5년마다 운영성과 평가를 받는데 이미 2014년에 재지정 평가를 받은 학교들이 2019년까지 자사고로서의 지위를 보장받았기 때문에 '신뢰보호 원칙'에 따라 학교유형을 갑자기 철회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오는 2019년에 운영성과 평가 대상이 되는 학교는 자사고 25곳이다. 2020년에는 자사고 16곳, 외고 31곳, 국제고 6곳이 평가를 받는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간담회 당시 내부 정책위원회 제출 자료를 통해 "별도의 재지정 평가없이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이들이 말하는 시행령이란 자사고와 특목고 설립의 근간이 되는 초중등교육법 90조, 전기·후기 선발 등을 분리한 초중등교육법 80조 등을 삭제하는 방법을 말한다. 시행령 개정은 역사교과서 재검정화 절차에서 보듯 교육부의 내부 심의와 관보게시 등의 절차만 진행하면 된다. 입법예고를 통한 외부 의견 수렴은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교육감협의회에서 이런 결과를 방법을 제안한 것은 소위 '특권 학교'로 불리는 명문 자사고들이 운영성과 평가를 통해 살아남을 확률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하나고의 경우 2014년 재지정 평가에서 대부분 학교들이 기준 점수 안팎의 점수를 겨우 넘길 때마저도 90점 이상을 받았다"며 "재지정 평가를 통해 떨어뜨릴 학교를 정하게 되면 오히려 특권학교로 지목되는 일부 학교들은 건재하게 살아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행령 개정을 통한 자사고 폐지 로드맵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교육부가 이를 수용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특히 2019년은 이미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차에 접어드는 시기라 무리하게 시행령 개정을 했다가 큰 반발을 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편 교육청들도 자사고와 외고 폐지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13일 "2019년 이후 자사고와 외고를 재지정하지 않겠다"며 시행령 개정과 상관없이 폐지 방침을 천명했다. 서울교육청은 오는 28일 별도의 태스크포스 등에서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폐지를 위한 단계별 로드맵을 밝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