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난민처럼 표류하는 '김상곤호'...결정장애는 그만

오세중 기자
2018.05.02 05:42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사회부 오세중 기자

한 지인이 다짜고짜 '도대체 대입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따진다. 교육 담당기자라는 이유로 요즘 이런 '봉변 아닌 봉변'을 많이 당한다. '저도 모르죠'라는 답만 내놓을 뿐이다. 그 지인의 아들은 중학교 3학년생이다. 이른바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안이 확정되면 적용을 받는 첫 세대다. 학벌중심 사회에서 대입제도는 초유의 관심사다. 자칭 전문가도 많고, 말도 많다. 그러다보니 대입제도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늘 진행 중이다.

20여년 전 대입 때를 떠올렸다. 1993년 마지막 학력고사 세대의 수험생 신분으로 불만이 가득했다. 다음해부터 대입제도가 수학능력시험이라는 완전 새로운 형태로 바뀌기 때문이었다. 재수하면 불리해질 수 있다는 끝없는 불안감에 사로 잡혔다.

하지만 1994학년도 수능 도입 이후에도 그 풍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25년이 지나는 세월동안 대입제도가 20여차례 바뀌었다. 일년에 한 번 꼴이다. 때마다 '백가쟁명'(百家爭鳴)이 반복된다. 누구보다 자신이 교육에 전문가라며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하고 정책결정에 목소리를 내면서 애꿎은 수험생들만 좌불안석이다. 이러다보니 우리가 주야장천 외치는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이 '공염불'처럼 느껴진다.

더 큰 문제는 교육부도 여론과 함께 표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출항한 '김상곤호'는 정책방향성을 잡기는커녕 여론에 밀려 계속 '공넘기기'와 '결정장애'를 되풀이 한다.

수능 절대평가, 유치원 영어수업 금지 1년 유예가 그 예이다. 이런 맥락에서 대입제도 개편안을 국가교육회의 결정으로 넘겼고, 국가교육회의에서는 대입 특위와 공론화위원회로 이어지는 재하청의 결정 연결고리만 추가로 생겨났다. '교육부가 도대체 뭘 하는 곳이냐'부터 '교육부 해체하자'는 극단적인 비아냥이 쏟아지는 이유다.

국가교육회의가 대입 개편안을 확정지어야 하는 마지노선은 오는 8월까지다. 약 3개월 정도 남았다. 촉박하지만 국민 여론에 귀 기울이겠다는 취지는 의미가 있다. 더 이상 교육부가 정책 결정에 팔짱을 끼고 '모르쇠'로 일관해선 안 된다. 구설은 있었지만 2020학년도 주요대학의 정시가 조금 늘어난 것도 교육부의 적극적인 행동에 따른 것이다. 절차적 투명함만 담보된다면 교육부의 적극성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대한민국이 한반도 운명을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한반도 운전자론’처럼 적어도 우리나라 교육 정책 결정에 있어서는 교육부가 주체적으로 대입제도 ‘운전자론’의 역할을 해야 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