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진호 기자 = 편견이 아닌 공감으로 장애인들과 호흡하려는 노력이 대학에서도 꿈틀댄다. 이화여대 재학생이 만든 생활체육 동아리 '쏙쏙이화'가 그것. 발달장애인과 함께 땀흘리고 대회까지 출전하는 동아리다.
동아리 회장 김주성씨(이화여대 특수교육 4)는 지난해 여름 쏙쏙이화를 만들었다.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배구'를 즐기며 소통하는 게 목표다. 배구는 위험하지 않아 장애인들에게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봤다.
김씨는 학교의 도움을 받아 인근 장애인복지관에서 동아리에 함께 할 또래 발달장애인들을 모집했다. 현재는 발달장애인 10명과 이화여대생 20여명이 모여 매주 두 번씩 체육관에서 구슬땀을 흘린다.
함께하는 매개로 스포츠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씨는 "한국 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은 여가생활의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공간적 제약이나 함께할 이들이 부족해 체육활동을 즐기지 못하는 사회적 현실이 아쉬웠다고 했다. 그래서 직접 터전을 만들어 함께 호흡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물론 장애인들을 봉사나 도움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들의 열정과 노력에서 되려 배우는 게 많다. 배구 실력도 발달장애인들이 더 좋다는 게 김씨의 말이다.
쏙쏙이화는 지난해 가을 발달장애인 스포츠대회인 스페셜올림픽코리아 통합스포츠대회 배구 종목에 출전했다. 스페셜올림픽은 엘리트 선수들이 경쟁하는 패럴림픽과 달리 성적보다는 스포츠 활동 자체에 목적을 둔다. 쏙쏙이화가 추구하는 목표와도 맞닿았다. 미처 유니폼도 마련하지 못해 티셔츠에 매직으로 등번호를 그렸지만 서로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는 것만으로 즐거웠다.
그의 진심이 전해졌을까. 김씨는 "가족분들에게 듣기로 발달장애인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운동 시간만 기다린다고 들었다"면서 "도드라지는 변화는 없어도 조금씩 바뀌어가는 모습이 보람있다"고 말했다.
쏙쏙이화는 모임 시간 내내 배구만 하지는 않는다. 따로 시간을 내 서로의 일상이나 재미있었던 일을 전하는 '생활 나눔'시간을 갖는다. 이 과정에서 장애에 대한 편견은 사라지고, 유대감은 돈독해진다. 그는 "발달장애인 또한 비장애인들과 다를뿐 틀린 것은 아니다"며 "장애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없이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주성씨는 우리나라 장애학생 교육이 일반학생과 함께 공부하는 '통합교육'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쏙쏙이화 활동처럼 비장애학생들이 장애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이해할 때 추후 성인이 되어서도 편견도 없을 거라고 봤다.
김씨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 땀흘리는 통합스포츠클럽 대회 같은 시스템을 만들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쏙쏙이화 같은 동아리가 더 많아지도록 정부의 지원도 요청했다. 일부 부처에서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활동에 대한 지원사업을 진행하지만 아직은 부족하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특히 대학생 입장에서는 실제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보다 행정업무에 드는 수고가 더 큰 것에 피로감을 호소했다. 물론 정확한 증빙은 필요하지만 행정업무가 서툰 대학생들을 위한 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대단한 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쏙쏙이화를 보고 한 명이라도 더 영감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사람은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장애인과 함께하는 생활체육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오랫동안 같이 스파이크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주성씨는 올해도 발달장애인들과 스페셜올림픽코리아에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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