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사이 경상남북도와 울산, 충북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이 닷새째 확산하면서 역대 최악의 화마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망자가 하룻 새 크게 늘어 18명까지 증가했고 피해 면적도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역대 최악의 산불에 맞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력과 장비로 맞서고 있으나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했다.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현재 중·대형 산불이 발생한 6개 지역의 산불영향구역은 1만 7534.6ha로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경북 의성·안동(1만 5158ha)이 가장 피해가 크고 경남 산청·하동(1685ha)의 불길도 여전히 잡히지 않았다. 울산 울주 온양(494ha)과 울산 울주 언양(61ha)도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다. 그나마 충북 옥천(39.6ha)과 경남 김해(97ha)의 진화가 완료된 상태다.
이번 산불은 피해 규모에서 2000년 4월 강릉·동해·삼척·고성 산불(2만3913ha), 2022년 3월 경북 울진·강원 강릉·동해·삼척 산불(2만523ha)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것으로 파악된다. 경북 의성 산불은 단일 지역 산불 규모로는 역대 최악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산불의 영향구역(1만7534.6ha)은 여의도 면적(290ha)의 60배에 달하고 0.7ha인 국제규격 축구장 2만 5000여개 크기에 맞먹는 규모다.
더 큰 문제는 화마를 피하려던 고령자 중심으로 사망자가 크게 늘면서 인명 피해 규모가 확대일로라는 점이다. 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현재까지 18명(경북 14명, 경남 4명)이 사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중상자도 6명(경북 1명, 경남 5명) 나왔고, 13명(경북 6명, 경남 5명, 울산 2명)이 경을 입었다. 역대 최악의 산불 참사였던 2000년 4월 강원도 지역 산불 당시엔 2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2022년 3월 경북·강원 산불 당시에는 다행히 인명 피해가 없었다.
국가 유산 피해도 심각하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이날 새벽 1시 기준 전국 산불로 8건의 국가유산 피해가 발생했다. 경북도 유형문화유산 청송 만세루와 경북도 문화유산자료인 하동 두방재 부속건물 2채가 전소됐고, 보물인 의성 고운사 연수전과 가운루도 전소됐다. 명승인 백운산 칠족령과 경남도 기념물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 천연기념물 울주 목도 상록수림 등도 일부 소실됐다. 국가유산청은 전날 전국에 재난 위기 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뒤 발표한 대국민담화에서 "이제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산불 피해가 우려되기에 이번주 남은 기간은 산불 진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정부는 무엇보다 산불 진화를 최우선으로 가용한 인력·장비를 총동원해 산불 확산의 고리를 단절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