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고 묻기 전에

유효송 기자
2025.11.25 05:20

지난해 출산율이 9년 만에 반등했다. 올해 합계출산율이 0.8명을 넘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 바닥을 찍고 올라서는 듯한 통계 흐름이다. 코로나19로 미뤘던 결혼이 재개되고 30대 초·중반 '에코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혼인·출산 연령대에 진입한 것이 출생아 증가의 주요 이유로 꼽힌다.

정부가 정책 효과를 기대하는 핵심 타깃이기도 한 동 세대 기자가 인구 문제를 취재할 때면, 슬그머니 가슴 한쪽이 찔리는 이유다. 평소처럼 전문가에게 저출산 현상의 이유에 대해 질문을 던졌더니 이번엔 역으로 취재원이 되묻는다. "본인이 아직 아이를 낳지 않은 이유를 한 번 써보세요. 거기에 대부분의 답이 있을 겁니다."

아이가 주는 행복을 말하는 인생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다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다. 그러나 2030의 시선으로 주변을 다시 둘러보면, '불안'이 곳곳에 있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주거비는 이미 청년 세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한 번 밀려나면 다시 진입하기 어려운 노동시장의 경직성, 출산·육아로 경력에 공백이 생기는 것도 무시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행복해질지도 모른다'는 조금의 가능성보다 눈앞의 '확실한 불행'을 먼저 피하려는 사회 분위기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육휴에 나선 아빠들은 저마다의 '뒤쳐질 결심'을 감수하면서 일터에서 잠시 벗어났다. 휴직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돌아오거나 보직이 변경 되는 경우도 적잖았다. 이들은 "사회 전체 분위기를 바꾸지 않고선 저출산 흐름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외친다.

그래서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 보다 "아이를 낳아도 좋은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부모가 먼저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건 어떨까. 정부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확대·개편안을 준비하고 있고 연말 '5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마련중 이지만, 지금까지의 신호만 보면 인구 문제에 적극적인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 인구 구조 변화를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총체적 변화를 꾀해야 할 때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이 문제에 답할 수 있는 사회만이 다음 세대를 기대할 수 있다.

유효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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