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이 20년 넘게 동결된 궁·능 관람료 현실화에 속도를 낸다. 방문객이 큰 폭으로 늘면서 덩달아 증가 중인 유지관리 비용과 시설확장의 재원으로 사용한다는 구상이다.
1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유산청은 20일까지 궁·능 관람료 현실화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이날 기준 2400여명이 참여했으며 조사결과는 유산청의 관련 정책수립에 반영된다. 유산청 관계자는 "적정 관람료 규모와 차등요금체계 유지, 외국인 관람료 인상 등 관람료 현실화와 관련된 사안들을 복합적으로 묻는 조사"라며 "의견을 수렴해 차후 정책자료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궁·능 관람료는 2005년부터 21년간 동결됐다. 당시 경복궁 입장료가 1000원에서 3000원으로, 창덕궁이 23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랐으나 이후 동결됐다. 덕수궁이나 창경궁도 입장료 1000원을 유지했으며 여주 세종대왕릉의 입장료는 500원이다. 이마저도 한복을 입거나 24세 이하 및 65세 이상이면 무료다.
유산청은 세계적인 유적에 비해 우리 궁·능 관람료가 지나치게 낮다는 입장이다. 영국 버킹엄궁전은 12만원, 프랑스 베르사유궁전은 최대 6만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일본도 교토 니조성은 1만2000원, 세계문화유산 히메지성은 2만3000원의 입장료를 책정했다. 통상 관리책임이 강화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 관리를 위해 관람료를 올리지만 우리나라는 종묘, 조선왕릉 등 세계유산도 10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문화계 관계자는 "1조원이 넘는 유산청 예산에서 궁·능 관리비 비중이 가장 클 만큼 비용이 많이 드는데 재원은 부족하니 세금투입이 늘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우리 전통문화 위상이 올랐지만 세계적 유산과의 관람료 격차는 여전히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주요 궁·능의 관람객이 큰 폭으로 늘어나 소폭의 인상만으로도 재원확보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기준 4대궁과 종묘, 조선왕릉을 찾은 관람객은 1781만4848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1000원씩 인상하더라도 178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확보되는 셈이다. 이는 유산청이 경복궁에 새로 조성할 예정인 '국가유산 상품관'(가칭)의 총사업비(168억원)보다도 많다.
유산청은 올해 중점 추진과제로 궁·능 관람료 현실화를 설정하고 빠른 시일 내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도 유산청 업무보고 자리에서 "온 국민이 세금으로 관리비를 대신 내주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공감대도 이뤄졌다. 유산청은 설문조사가 끝나는 대로 데이터 분석과 공청회 등 국민의견 수렴을 거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