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치매 판정(CDR 1점)을 받은 A씨와 그의 배우자 B씨는 '부부치매' 가구다. 자녀 C씨는 타 지역에 살아 일일이 부모님의 재산상황을 챙기기 어렵다. 앞으로는 A씨 또는 C씨가 신청하면 국민연금공단 지역본부 상담사가 재정지원계획을 수립해준다. 월별로 필요한 지출항목을 정하고 이에 근거해 신탁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지출상황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A씨가 사망할 경우 배우자인 B씨에게, B씨도 사망할 경우 민법상 상속절차가 진행돼 자녀인 C씨에게 지급한다.
치매환자가 늘면서 경제적 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22일부터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시범사업' 신청을 받는다. 주요 대상은 전국의 치매,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기초연금수급자며 시범사업은 이용료가 없다. 다만 신탁계약 기간은 사망시까지며 계획을 벗어난 지출요구나 계약해지는 치매안심재산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니 신중하게 신청해야 한다.
◇상담 후 재정계획 수립…현금성자산만 관리=21일 정부 추산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치매환자가 보유한 자산규모는 약 154조원(2023년 기준)이다. 치매환자는 판단능력이 낮아져 요양원 관계자가 입소환자의 재산을 임의로 사용하거나 재가 치매환자가 임대료를 체납하는 등 재산상 문제가 빈번하게 벌어진다.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는 상담을 통해 대상자의 상황, 필요에 맞는 재정지원계획을 수립하고 국민연금공단과 신탁계약을 하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위탁재산을 월별 배정하고 대상자의 상태 또는 재산에 문제가 없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한다. 본인 또는 가족 등이 국민연금공단 지사 7곳에 방문해 신청하거나 요양시설, 치매안심센터 등 치매 유관기관에 의뢰할 수 있다.
대상자는 치매, 경도인지장애 등으로 재산관리에 어려움이 있거나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이다. 기초연금수급권이 없는데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이용을 희망할 경우 일정 수준의 이용료(위탁재산의 연 0.5%)를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시범사업을 거쳐 앞으로 본사업에서 기초연금수급자에게도 이용료를 부과할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위탁재산 범위는 현금, 지명채권(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 등), 주택연금 등 현금성자산으로 한정한다. 위탁재산 상한액은 민간 신탁시장을 고려해 10억원 이하로 제한한다.
◇매월 생활비 정해져…사망시 법적 상속인에게 지급=신탁이 개시되면 지역본부는 수립된 재정지원계획에 따라 생활비, 요양비 등을 배분한다. 지급은 계좌이체 등으로 이뤄진다. 국민연금공단은 대상자의 월별 집행내역을 주기적으로 감독하고 반기별 1회 이상 대상자를 방문해 대상자 상태를 정기적으로 파악한다.
계획에 없는 특별지출이나 대상자가 계약해지를 요청할 경우 대상자의 이익침해 가능성을 고려해 외부전문가가 과반수로 참여하는 연금공단 산하 치매안심재산관리위원회의 엄격한 심의를 거쳐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사망 후 잔여재산은 배우자 등 법적 상속인에게 지급된다. 무연고 등으로 인한 상속인부존재의 경우 민법 제6절에 따른 상속인부존재 처리절차를 진행한다.
복지부는 올해 시범사업 후 2년간 점검을 거쳐 2028년 본사업을 도입할 계획이다. 올해 대상은 750명이며 내년에는 2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후 '치매관리법'을 수정해 본사업 도입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