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서울 강남구의 키워드는 다시 '부동산'이다. 강남구는 민선 8기까지 더불어민주당 승리가 2018년 한 차례에 그쳤던 보수 강세 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재건축 지연, 세금 부담, 교통·교육·의료 인프라 확충 요구가 겹치면서 이번 선거는 기존 정당 구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더불어민주당은 김형곤 강남구의원을, 국민의힘은 4선 김현기 서울시의원(전 서울시의회 의장)을 후보로 내세웠다.
강남구에서는 압구정·대치·개포 일대 재건축과 영동대로 복합개발, 수서역세권 개발 등 대형 현안이 한꺼번에 진행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재건축 속도전을 전면에 걸었지만, 접근법은 다르다. 김형곤 후보는 정부·서울시·자치구의 협력 체계를, 김현기 후보는 서울시의회 의장 경험과 보수 정당의 규제 완화 노선을 승부수로 삼았다.
김형곤 후보는 현직 강남구의원이다. 그는 "그동안 강남의 위상과 주민들의 기대를 구행정이 따라가지 못했다”며 "이번 선거는 강남의 미래 방향을 바꾸는 선택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장 앞세우는 공약은 '초고속 재건축'이다. 김 후보는 "재건축은 시장 권한과 국토교통부 협력이 중요하다"며 "이재명 정부, 서울시, 강남구가 3각축으로 협조해야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구청 내 '재건축 원스톱 지원센터' 설치를 약속했다. 서울시·국토부 협의, 교통·환경 심의, 주민 민원을 단계별로 조정하는 전담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후보는 조합원들이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막연한 기대만으로 사업에 뛰어드는 구조를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사업 단계별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총회·심의·민원 조정 과정의 갈등을 줄여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미래성장 전략도 함께 내놨다. 수서역 일대를 AI(인공지능)·로봇·바이오·콘텐츠 산업이 결합한 미래산업 벨트로 키우고, 강남보건의료원을 설립해 야간·휴일 의료 공백을 메운다는 계획이다. 코엑스-압구정-청담-신사동 가로수길을 잇는 K컬처 관광벨트도 주요 카드다. 의료·뷰티·쇼핑·공연·미식을 연결해 체류형 관광을 활성화하겠다는 밑그림이다. 김 후보는 "강남의 산적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고 가장 큰 폭의 성장을 끌어내 강남 미래 10년 바꾸겠다"고 말했다.
김현기 후보는 서울시의회 4선 의원을 지냈다. 그는 "구청장은 중앙정부와 서울시, 구의회, 구민 사이에서 조율하고 끌어내는 능력이 핵심"이라며 서울시 예산과 조례를 다뤄본 경험을 강점으로 꼽았다.
민주당의 재건축 속도전 공약은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 후보는 "민주당은 선거 때마다 재건축에 속도를 내겠다고 하지만 중앙정치에서는 줄곧 재건축 규제를 강화해왔다"며 "당의 방향과 후보 공약이 따로 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와 신속통합기획 확대 등 재건축 촉진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는 입장이다.
구청장 직속 재건축·재개발 행정 지원 조직 설치를 해법으로 꺼냈다. 그는 취임 즉시 재건축 지원 전담 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압구정·대치·개포 등 사업이 지연된 단지 5~10곳을 선정해 맞춤형 행정을 지원하겠다는 복안이다. 임기 첫 1년 안에 '재건축 패스트트랙'을 가동해 착공 단지의 사업 기간을 2년 이상 단축하겠다는 목표다.
'강남 역차별' 해소도 핵심 공약이다. 그는 강남구민이 재산세·종부세 등 세금을 많이 내지만 복지·인프라·행정 서비스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봤다. 어르신 돌봄, 청년 주거,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세금 규모에 걸맞은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또 테헤란로 벤처·투자 생태계와 영동대로 지하공간 개발, 로봇 등 신산업 등을 강남의 다음 성장 축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강남이라는 이름 자체가 세계가 주목하는 혁신과 문화예술, 관광의 브랜드가 되게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