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스마트폰의 홍수 속에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찾는 현대인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경북 봉화군의 전통 누정(樓亭)이 새로운 '디지털 디톡스' 성지로 주목받고 있다.
봉화군은 지역의 주요 누정에 담긴 선조들의 이야기와 철학이 정보 과부하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깊은 사색과 휴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디지털 소음으로부터 벗어나 몰입의 즐거움을 주는 대표적인 장소로 석천계곡의 '석천정사'가 꼽힌다.
옛 선비들이 학문에 정진할 때 밤마다 도깨비가 나타나 괴성을 지르며 방해했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곳이다.
권두응(1656~1732) 선생이 계곡 입구 바위에 '청하동천'(靑霞洞天)이라는 글씨를 새겨 잡념(도깨비)을 물리치고자 했던 일화는 오늘날 끊임없는 스마트폰 알림을 끄고 '딥 워크'(Deep Work)에 들어가려는 현대인의 모습과 닮아 있어 흥미를 더한다.
효율성 대신 공존의 가치를 일깨우는 공간도 있다.
닭실마을의 '청암정'은 1526년 건립 당시 따뜻한 구들방이었으나 "거북 형상의 암반 위에 불을 지피는 것은 거북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라는 조언이 잇달아 나오면서 구들을 뜯어내고 차가운 마루방으로 개조됐다.
데이터의 효율만을 앞세우는 AI 시대에 선조들이 보여준 생명 존중과 공감의 가치를 돌아보게 만든다.
과열된 일상을 식혀주는 춘양면의 보물 '한수정'(寒水亭) 역시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찬물처럼 맑은 정신으로 공부하는 정자'라는 뜻에 걸맞게 400년 된 느티나무와 와룡연(연못), 자연 바람을 고스란히 통과시키는 T자형 구조를 통해 정보 과부하로 지친 현대인들에게 완벽한 정신적 정화를 제공한다.
군 관계자는 "AI가 우리 삶의 편의를 제공한다면 봉화의 누정은 우리 삶의 의미를 채워주는 곳"이라며 "이번 주말에는 스마트폰 전원을 잠시 끄고 석천계곡과 청암정, 한수정을 찾아 진정한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