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vs 접근성…정부 '심리상담 개편안'에 임상심리업계 뿔났다

경기=권현수 기자, 경기=이민호 기자
2026.05.21 14:08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전문요원 업무 재조정 추진…현장선 "서비스 질 저하 우려"
양재원 한국임상심리학회 부회장 "교육과 훈련으로 전문성 있는 심리상담 확대해야"

양재원 한국임상심리학회 부회장(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사진=권현수기자

보건복지부가 정신건강임상심리사의 고유 업무로 여겨지는 '심리상담'을 다른 정신건강전문요원 직군까지 확대하는 방향의 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임상심리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전문성 검증 없는 심리상담 확대는 국민 정신건강 안전망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보건복지부와 한국임상심리학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정신건강복지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심리상담을 정신건강전문요원의 공통업무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신건강전문요원은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정신건강간호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정신건강작업치료사 등 4개 직군으로 구분되며, 직군별 수행 업무 역시 시행령에 따라 다르게 규정돼 있다. 정신건강임상심리사는 심리평가와 심리교육, 심리상담, 심리안정 지원 등을 담당한다. 정신건강사회복지사는 사회서비스 조사와 상담·안내 업무 등을 맡는다.

임상심리업계는 보건복지부 방안에 대해 사실상 비전문 인력에게 심리상담 업무 문턱을 낮추는 조치라고 보고 있다. 한국임상심리학회는 지난 19일 반대 입장을 내고 "심리상담은 단순한 대화 기술이 아니라 정신질환 평가와 위험도 판단, 치료 방향 설정까지 포함하는 전문 영역"이라며 "충분한 교육과 수련 없이 공통업무로 확대하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학회는 직역 간 교육·수련 체계 차이를 핵심 문제로 지적한다. 정신건강임상심리사는 심리학 전공 학·석사 과정을 이수한 뒤 최장 3년간(연간 1000시간)의 임상 수련을 거쳐 자격을 취득한다. 반면 다른 직군은 심리평가와 상담 중심의 체계적 교육과 임상 훈련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양재원 한국임상심리학회 부회장(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은 "심리상담은 우울·불안 상담 수준을 넘어 자살위험 평가와 정신질환 증상 판단, 치료 방향까지 포함하는 전문 업무"라며 "단순히 접근성 때문에 업무 범위를 확대할 경우 국민 정신건강 보호 체계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만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한국임상심리학회는 현재 반대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오는 26일 정책토론회를 열고 이번 개정안에 대한 반대입장을 펼칠 예정이다. 대규모 집회도 예고했다.

한국임상심리학회가 반대서명 운동 벌이고 있다./사진=권현수기자
자살예방 '정부책임 강화'…심리상담 전문성은 완화하는 '정책적 모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과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이런 망신도 없다"면서 자살예방 대책에 힘을 쏟을 것을 주문했다. 이번 개정안도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이다.

그러나 임상심리업계는 "체계적 임상 수련을 받지 않은 인력이 상담을 수행할 경우 자살 위험 신호를 놓치거나 정신질환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 측은 "정부가 자살예방과 정신건강 국가책임 강화를 강조하면서 한편으로는 전문성 기준을 완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상충하는 메시지"라며 "단순한 인력 확대보다 국민 안전과 서비스 질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업계는 이번 개정 방향이 심리상담을 독립적 전문영역으로 관리하는 미국·일본 등 주요 OECD 국가 흐름과도 배치된다고 주장한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마음건강심리사법' 취지와도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과거 중증 질환자 중심이던 정책이 전 국민 대상 심리지원 사업으로 확대되면서 접근성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이미 심리상담 바우처 사업이나 재난 트라우마 센터 등에서 다수 전문요원들이 수행하고 있는 현실을 시행령에 반영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