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사고 아니면 교사 책임 안 진다?…교원단체 "여전히 재판 공포"

황예림 기자
2026.05.28 14:10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원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현장체험학습 관련 전교조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4.29. jini@newsis.com /사진=김혜진

현장체험학습 위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교육부가 교사의 안전사고 면책 범위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지만 교원단체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원의 해석에 따라 교사가 처벌받을 가능성이 남아 있는 데다 '안전사고관리 지침'이 사실상 처벌 기준처럼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28일 교육부가 발표한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에 대해 "전교조가 지속적으로 요구한 내용이 일정 부분 수용되긴 했지만 법 개정 이후에도 교사는 여전히 수사·기소·형사재판의 공포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날 교육부는 현장체험학습 과정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안전사고관리 지침을 현저히 위반하는 등 고의에 준하는 수준의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지 않으면 교사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학교안전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존의 학교안전법은 안전사고관리 지침에 따라 학생에 대한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에만 교사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했지만 앞으로는 교사의 책임 범위를 '고의·중과실'로 한정하겠다는 취지다.

전교조는 개정안에서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표현이 완전 면책을 담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문구만 봐서는 법적으로 무죄인지, 형 면제인지, 감경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다"며 "형사 처벌에 대한 판단이 결국 판사의 재량에 맡겨질 수 있고 중과실 여부에 대한 판단 역시 수사기관과 법원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안전사고관리 지침도 사라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전사고관리 지침은 교육부 행정규칙으로, 학교안전법은 이 지침을 교사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전교조는 "교육부가 제시하고 있는 안전사고관리 지침은 형사재판에서 교사를 방어하는 방패가 되기는커녕,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처벌의 체크리스트'로 작동한다"며 "개정안에 '교사가 사전에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특별한 사유 없이 무단이탈하지 않는 등 기본적 의무를 다했다면 업무상과실치사상죄(형법 제268조)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기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역시 "이번 개정안이 교사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실질적으로 면책을 보장하는 데까지 나아가긴 어렵다"며 "민·형사상 책임을 면하기 위해선 안전사고관리 지침을 지켜야 할 뿐만 아니라, 고의나 중과실이 없었음을 교사 스스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총은 "법적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입법례를 준용해 교사의 명백한 귀책 사유로 발생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소 자체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학교안전사고 특례법'을 마련해야 한다"며 "분쟁 발생 시 관할 교육청이 소송 주체가 되는 형태로 대응하는 법적 근거를 명확히 마련하기 위해 '교육활동 관련 소송 국가책임제' 도입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원단체의 우려와 달리 교육부는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교사 보호 장치가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영진 교육부 학교정책관은 "고의나 중과실의 범위는 이미 학교 안전사고 관련 판례를 통해 상당 부분 정립돼 있다"며 "일반적인 주의만 기울이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는데도 사실상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현저히 주의 의무를 저버린 경우를 중과실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과실 개념 자체가 엄격하게 적용되는 만큼 수사 단계에서부터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경찰·검찰에게 고의·중과실을 입증할 책임이 넘어가 교사들의 형사 책임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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