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 만에 정부가 임신중지 약물인 '미프진' 정식 도입을 추진한다. 미프진은 9주 이내 초기 임신에 허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우리나라 모자보건법에서는 임신 24주 이내이며 장애 등 특정한 요건에서만 임신중지를 허용했다. 하지만 최근 법제처가 '모자보건법 개정 전에도 임신중지 의약품을 품목허가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놓으면서 정부가 본격적으로 임신중지 약물 허용에 나선 것이다.
미프진은 본래 프랑스 제약사가 개발한 미페프리스톤을 유효성분으로 하는 경구용 임신중지 의약품의 상품명이다. 1988년 프랑스에서 처음 허가 된 이후 오랜 시간 사용되면서 먹는 임신중지약의 대명사로 불리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될 제품명은 현대약품이 수입하는 '미프지미소'다.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이 개발했다.
미프지미소는 미페프리스톤 200mg 1정과 미소프로스톨 200㎍ 4정을 순차 투여하는 패키지 제품이다. 통상 미페프리스톤 투여 1~2일 이후 미소프로스톨을 투약한다.
미페프리스톤은 임신 유지에 필수적인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의 작동을 차단해 자궁내막 탈락을 유도, 임신을 종료시키는 약물이다. 미소프로스톨은 위궤양 치료약으로 개발된 약물로, 자궁의 수축과 자궁 경부의 이완을 유도해 분만 유도와 산후 출혈 예방·치료에 사용된다.
미소프로스톨만 복용 시 임신 초기(12주까지) 임신중지 성공률이 80~85%이지만 두 약을 함께 복용 시 약 95%로 올라간다.
현대약품은 2024년 12월 식약처에 세번째 품목허가를 신청하면서 해외 임상시험 결과도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임신 9주 이하에서 94.9~97.3%의 임신중절 성공률을 기록했다.
미소프로스톨은 위궤양 치료제로 이미 국내 식약처 허가를 받은 전문의약품이다.
미페프리스톤은 미허가 상태지만 여성계에서는 "비아시아국가에서 아시아인종을 포함해 미소프로스톨-미페스리스톤 콤비팩에 대한 유효성, 안전성 연구를 진행했으며 인종별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며 "한국 인구에 별도의 가교시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신중지 의약품은 지난해 기준 약 100개국에서 허용된 상태다. 영국, 스웨덴, 네덜란드, 스페인, 스위스 등은 1990년대에, 미국과 대만은 2000년, 호주는 2012년, 캐나다는 2015년, 일본은 2023년에 허용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페프리스톤을 2005년부터 필수의약품 목록에 등재했고, 2019년부터는 핵심 목록으로 격상했다.
국가에 따라 의사 처방을 받고 약국 또는 보건소에서 수령하는 방법, 비대면 진료를 받고 우편으로 배송을 받는 방법 등으로 전달된다. 영국, 프랑스 등은 국민건강보험을 적용받아 비용이 무료다.
다만 우리나라는 낙태죄가 본인, 의사에게만 효력을 잃었을 뿐 약사에게는 적용되기 때문에 약물 도입 초기에는 2년간 의료기관 내 의사의 직접 처방·조제 원칙으로 관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