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경계선에 선 낙태죄...모자보건법 개정은 '묘연'

불법 경계선에 선 낙태죄...모자보건법 개정은 '묘연'

정인지 기자
2026.09.16 12:0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임신중지 관련 주요 사안 일지/그래픽=김지영
임신중지 관련 주요 사안 일지/그래픽=김지영

정부가 임신중지약물을 정식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임신중지는 '불법이지만 불법이 아닌' 모호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모자보건법에는 임신 24주 이내, 장애 등 특정 사유에 한해서만 임신중지(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지만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16일 국회에는 보건복지위 소관인 '모자보건법'과 관련한 개정안이 5건 올라와 있다. 대부분 임신중지와 관련한 지역 상담기관을 만들고 수술에 의한 방법뿐 아니라 약물 투여도 허용한다는 내용이지만 방식과 허용한계에 대해 이견이 있다.

특히 임신중지 가능 주수를 법적으로 규정해야 할 지는 뜨거운 감자다. 임신중지약물이 도입되더라도 모자보건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낙태'의 옛 기준이 살아있다. 현재 낙태죄는 본인, 의사에게만 효력을 잃었을 뿐 약사에게는 적용된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손솔 진보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허용 한계를 전면 삭제한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기존 제한 사유를 폐지하되 일정 주수 내 본인동의 방식으로 변경한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안은 기존 24주에서 22주로 단축하고 '태아'를 독립적인 보호의 대상으로 규정한다.

또 4명의 의원은 건강보험 급여화를 요구하는 반면 조 의원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모자보건법에 의사의 수술 거부권도 넣고 있다.

복지위 밖에서도 논란은 계속된다.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미프진 도입과 관련해 "마약도 국민들이 한다고 해서 허용할거냐"고 발언했다가 여성계가 "저열한 인권·성인지 감수성에 경악한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와 공동으로 2021년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진행한 바 있지만 공식적으로 임신중지와 관련한 특정 기준을 제안한 바 없다. 당시 조사에서 만 15~49세 성경험 여성 7022명 중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은 8.6%(606명)며 절반이 미혼 상태였다. 약물을 사용한 경우는 평균 6.11주, 수술을 한 경우는 평균 6.74주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가 임신중지약물을 정식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해당 제약사가 신청한 기간(임신 9주 이내)이 모자보건법 개정과 관련해 특별히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는 국회의 논의를 지원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법적 공백이 지속되는 동안 현실에서는 기이한 법적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2024년 유튜버 A씨는 임신 36주 차에 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과정을 인터넷에 올렸다. 당시 경찰은 낙태죄로 A씨와 의사를 처벌할 수 없어 살인죄를 적용했다. 이마저도 시술을 진행하다가 태아가 살아있는 상태로 배출될 경우에만 살인죄가 적용 가능해 태아가 뱃속에서 사산된 상태인지, 모체와 분리했을 때 생존 가능한 주수인지 등이 논점이 됐다.

1심에서는 살인죄를 인정했지만 지난 7월 2심에서 A씨는 무죄를 받았다. 법원은 A씨가 '태아가 사산돼 나온다'고 전해들어 "미필적으로 인식했다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병원장 B씨는 징역 4년에 벌금 150만원을 선고하고 900만원을 추징했다. 집도의 C씨는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임신중지약물 도입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병원이 먼 지역 등은 여전히 소외될 것"이라며 "앞으로 적극적인 체계가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정인지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정인지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