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국내 자산운용사에 맡긴 외화자산 가운데 약 10억달러를 선진국 주식에서 글로벌 채권으로 옮긴다. 민간의 해외주식 투자가 급증하면서 주식 운용에 대한 정책 지원 필요성이 줄어든 만큼, 앞으로는 운용 난도가 높은 글로벌 채권을 중심으로 국내 운용사의 질적 역량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한은은 국내 운용사에 위탁 중인 선진국 주식 패시브 펀드 규모를 축소하고 해외채권 위탁을 확대한다고 16일 밝혔다. 기존 '미국 종합채권' 전략은 투자 국가와 통화, 종목 범위가 크게 넓어진 '글로벌 종합채권(Global Aggregate)' 전략으로 전환한다.
현재 국내 운용사에 맡긴 외화자산은 총 32억1000만달러다. 선진국 주식 패시브 19억2000만달러, 미국 종합채권 7억달러, 중국 주식 5억9000만달러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국내 운용사 3곳이 맡은 주식 자금 가운데 약 10억달러 안팎을 채권으로 돌릴 계획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날 백브리핑에서 "3개사 정도를 대상으로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3개사를 합쳐 10억달러 내외를 주식에서 채권 쪽으로 넘기려고 한다"며 "최종 금액은 해당 회사들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 외화자산 전체의 주식·채권 비중은 변하지 않는다. 국내 운용사에서 회수한 주식 자금은 해외 운용사로 이전하고 채권 부문에서는 국내 운용사의 비중을 늘리는 방식이다.
한은 관계자는 "주식 부문에서는 해외 운용사의 비중이 늘고 채권 부문에서는 국내 운용사의 비중이 늘어나는 식으로 조정된다"며 "전체 주식·채권 규모에는 변함이 없고 이에 따른 환전이나 기타 수수료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은 해외주식 시장의 자생력이 상당 수준 커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내 해외투자 주식펀드 설정액은 2020년 27조7000억원에서 올해 6월 163조원으로 늘었고, 해외주식형 ETF는 같은 기간 1조6000억원에서 126조3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한은 관계자는 "주식형 패시브 펀드는 민간 부문에서도 규모가 굉장히 커져 있어 지원 규모를 확대해도 정책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지금보다 난도가 높고 민간 부문의 위탁 수요가 적은 분야에 집중해 정책 효과를 키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종합채권은 미국 종합채권보다 운용 난도가 높다. 미국 종합채권은 투자 대상이 1개국 약 1만개 종목이지만 글로벌 종합채권은 약 28개국 3만개 종목에 달한다. 주요국 통화정책과 경기 사이클, 환율 변동 등을 함께 분석해야 해 거시경제 분석과 리스크 관리 능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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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과거 제시했던 국내 운용사 위탁 비중 10%라는 중장기 목표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이 줄어들면서 국내사 위탁 비중이 3% 후반대에 정체돼 있지만, 외환보유액이 다시 안정적으로 늘어난다면 국내 운용사에 우선 배분해 10%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계속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글로벌 채권 운용을 위한 최소 규모를 운용사당 2억~3억달러 이상으로 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채권은 최소 2억~3억달러 이상은 있어야 실제 시장에서 운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며 "회사별로 그 정도 이상의 규모를 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를 통해 국내 운용사가 글로벌 운용 시스템과 해외 네트워크, 전문 인력 등을 갖추고 운용 실적을 쌓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자금만으로 모든 것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마중물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라며 "트랙 레코드가 쌓이면 국민연금 등 다른 기관의 위탁을 받을 수 있는 기반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